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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평화원정대] 이란에서 인도로 ‘점프’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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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평화원정대-희망에서 널문까지

취재 뒷얘기∥비행기 탄 이유

남아공∼요르단 1만6천㎞는 육로로

요르단∼인도 구간에 뜬 ‘여행금지’

육로 막힌 길은 평화 끊어진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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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목적지 티켓이 없으면 인도행 티켓 발급도 어렵습니다.”

지난 2일 인도로 가기 위해 찾은 두바이 공항. 인도항공 쪽은 인도 입국 뒤 어디로 갈지 모르는 상태에서 항공권을 내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불법 취업·체류 가능성 때문이라는 거였습니다. 다음 목적지인 방글라데시로 갈 때는 육로로 국경을 넘을 거라고 설명해봐야 소용없었습니다. 2시간을 더 실랑이하다 세부적인 여정이 담긴 문서를 자필로 작성한 뒤에야 항공권을 발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국가 간 분쟁 등 물리적인 이유만으로 이동의 자유가 제약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인종, 국적, 계급 등에 따른 이동권 차별은 더 보편적일 것입니다.

평화원정대는 지난 4월 초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에서 출발해 6월 말 중동의 요르단 암만까지 1만6000km가량을 꿋꿋하게 육로로 이동했습니다. 끝까지 육로로 선을 이어 남한이 섬이 아님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암만 이후 인도 뉴델리까지 오는 데는 2차례 비행기를 탈 수밖에 없었습니다. 요르단에서 이란으로 가는 길에 처음으로 비행기를 탔습니다. 두 나라 사이에 있는 이라크의 국경을 육로로 통과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국제전으로 비화한 시리아 내전 과정에서 아이에스(IS·이슬람국가)나 테러 단체들이 이라크로 들어와 활동하면서 치안이 극히 불안해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라크를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무단으로 입국해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립니다. 무턱대고 국경에 찾아간들 비자가 나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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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서 인도로 가는 데도 육로를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두 나라 사이에 있는 파키스탄이 특별여행경보 지역이어서 한국 정부는 철수와 여행자제를 권고합니다. 여행금지 지역은 아니지만, 일반인 통행이 매우 까다롭게 제한됩니다. 인도로 이어진 길목은 아이에스가 여전히 출몰하는 곳이고, 지난해 5월엔 퀘타시에서 중국인 2명이 납치돼 살해당하기도 했습니다.

더는 육로로는 갈 수 없는 길은 평화가 끊어진 길입니다. 중동과 서남아시아 일부 지역은 평화가 없는 지역이었습니다. 반면, 분쟁이 휩쓸고 간 뒤 다시 길이 열리는 곳도 있었습니다. 아프리카와 중동 사이의 관문인 시나이반도가 대표적입니다. 테러리스트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평화와 희망이 싹 트는 그곳엔 관광객들의 발길도 조금씩 늘고 있었습니다. 평화는 길을 냅니다.

앞으로 평화원정대는 정말 길이 없는 곳이 아니고서는 육로를 따라 선을 이어가겠습니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끝까지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유덕관 기자 ydk@hani.co.kr



<한겨레>가 창간 30주년을 맞아 꾸린 평화원정대가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를 출발해,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4만㎞ 길을 지나 한반도를 향해 오고 있습니다. 평화원정대의 생생한 소식은 페이스북 페이지(한겨레, 디스커버리 한겨레)와 유튜브(한겨레TV)를 통해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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