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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아트&아트인> '우민미술상' 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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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선 기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올해의 좋은 작가 미술상'은 2002년 충북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됐다. 2016년부터는 우민아트센터(우민재단)가 주관을 맡아 지역을 넘어 한국 현대미술 발전에 기여한 작가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명칭도 '우민미술상'으로 바뀌었다. 우민미술상 수상자는 이듬해 개인전을 통해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이번 전시는 제16회 수상작가인 조습의 개인전 '광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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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光-04, 2017,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29x86cm 조습 작가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일어난 주요하거나 사소한 사건들을 사진과 영상 등의 매체로 비판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민중과 반민중 사이의 갈등, 근대와 전근대의 괴리를 가로지르는 작업을 통해 우리 시대의 욕망과 탐욕을 비췄다.

최근 작업에선 과장과 과잉으로 점철된 인간의 모습에 빗대 이미 과거로 사라졌거나 현재를 살아가는 피지배 계급층으로서 민중의 삶을 조명했다.

갈등과 괴리

작가는 권력층으로부터 버림받은 인간과 그 기억마저도 애써 묵인할 수밖에 없는 힘없는 '기억의 자살자'들의 모습을 통해 현실에도 여전히 작동하는 계층 간의 갈등 상황과 불평등에 대해 되짚는다.

이번 전시에서 새로 선보이는 광光 연작은 '헬조선(지옥이라는 뜻의 Hell과 조선의 합성어)'이라는 인터넷 용어를 가지고 우리 시대의 사회적 풍경을 상징적으로 재연한다.

가해자로 설정된 무능하고 나약한 왕과 탐욕에 눈이 먼 신하, 절대 권력의 피해자로서 민중을 대치시킨다. 조습은 사극이라는 소재와 형식 속에 왕과 신하 그리고 민중의 관계를 빗대, 현실의 헬조선도 피해자와 가해자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 부조리한 사회 그 자체임을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2016년부터 우민재단 주관수상자는 개인전 기회 얻어

20년 전 조습은 한 건물 위의 있던 '018 Oneshot' 옥외광고물의 사진을 찍었다. 검지로 1과 8 그리고 4를 가리키는 7장의 사진은 '1818444'라는 작품으로 탄생했다.

미술평론가 김종길은 "숫자 1818은 말할 때 욕설이고 조롱이다. 조습은 사진 속에서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웃고 찡그린다. 444는 윽박지르는 표현이기도 하고 죽음을 뜻하는 死死死 모두를 함의할 것"이라며 "그러니 1818444는 현실 자본주의의 욕망을 꼬집으면서 그 너머의 그림자를 동시에 까발리는 작품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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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光-10, 2018,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29x86cm 조습이 1818444를 내놓은 그 해인 1999년은 IMF가 우리나라를 덮쳐 실업자가 180여만명에 달했고 그 숫자만큼 가정이 파탄 났다. 자살률 역시 수직 상승했다. 이후 작가는 수많은 우리나라 근현대사 속의 사건을 파고들어 뒤집고 까발리고 흐트러뜨렸다.

거기에는 우스꽝스런 익살과 왜곡, 재미와 웃음이 난무했다. 김 평론가는 "미학적 엄숙주의 따위가 사라진 사진들서 그의 분장술과 (즉흥적)해프닝, (서사적) 퍼포먼스는 민낯의 대한민국을 실오라기 없이 들춰냈다"고 평했다.

익살과 왜곡, 재미와 웃음어떤 곳 → 사건 현장으로

조습의 작품은 2012년 공개한 '달타령'을 기점으로 크게 바뀌었다. 2008년 기획연출로 제작된 13점의 '누가 영원히 살기를 원하는가'부터 전조는 있었다. 달타령 연작 이후 2013년 '일식' 연작서부터 최근 광光 연작까지 조습의 작업은 기획된 프로젝트로서 역사적 사건의 현장이었던 장소들을 로케이션하면서 촬영됐다.

첫 시기의 작업들은 대부분 현실의 어떤 곳들이었다. 그것을 로케이션 촬영이라고 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다 2009년과 2010년 조습은 스튜디오를 대체하는 조립식 공장서 좀 더 밀도 높은 미장센을 탐색하기에 이른다.

일식 연작은 그가 실험했던 모든 미장센과 분장술, 퍼포먼스와 미학적 사진 개념은 물론 해학적 카오스까지 더해져 거대한 장편서사로 탄생했다.

미장센 주목

조습은 "유쾌하면서 불온한 상상력을 통해 내가 연출하고 있는 것은 이성적 주체의 안락한 유토피아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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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光-21, 2018,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29x86cm(2) 김 평론가는 "1984년 동학농민운동 이후 우리나라는 급진적인 근대화·서구화·도시화·신자본주의·신자유주의·초자본주의로의 이행을 겪었다"며 "그 과정서 부재와 상실, 해체를 밥 먹듯이 경험했다. 그래서인지 우리 시대는 우울자로 넘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1999년 조습과 2018년 조습은 쉼 없이 변이를 거듭했던 육체의 껍질 외에는 사실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며 "그의 작품들은 피었다 지기를 반복하는 회귀의 수레바퀴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전시는 8월18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조습은?]

학력

경원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졸업(2001)경원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1999)

개인전

'광光' 우민아트센터, 청주(2018)'네이션' 인디프레스, 서울(2016)'어부들' 갤러리조선, 서울(2014)'일식' 박수근미술관, 양구(2013)

수상

제16회 우민 미술상, 우민재단(2017)제13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문화관광체육부(2005)

출판

<붉은 등을 들어라>(2013)<일식>(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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