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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사설] 중·러 방공식별구역 침범하는데 무장해제 속도 낼 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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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전략 미사일 폭격기 투폴례프(Tu)-95MS 2대가 13일 오후 우리측 방공식별구역(KADIZ)을 네 차례나 침범했다. 오후 2시8분쯤 울릉도 북방 동해상 KADIZ에 처음 들어온 뒤 우리 전투기가 대응 출격하자 27분 뒤 포항 동남방 해상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세 차례나 더 이어도와 제주도, 독도 KADIZ를 들락거렸다. 동해와 남해를 3시간45분간 훑고 다닌 것이다. 우리 정부는 한국 주재 러시아 무관과 외교관을 불러 항의하며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러시아 정부는 공해 상공에서 공중 급유 훈련을 했다면서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으니 국제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둘러댔다.

외국 군용기의 KADIZ 침범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러시아가 올 들어 여러 번 침범했고, 중국도 세 차례나 제집 드나들 듯했다. 침범 빈도가 잦아지고 있으나 정부는 그때마다 외교관만 불러 따질 뿐이다. KADIZ는 외국 항공기의 영공 무단 침입을 막기 위해 영공 밖에 설정한 예방 구역이다. 영공은 아니지만 이 구역 무단 진입은 일종의 군사 도발로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 침범을 방치하면 KADIZ가 무력화될 수 있고, 영공 침범으로 이어져 무력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 KADIZ 침범에 적극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군사대국들에 둘러싸여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의 군사력을 키우고 있다. 이들이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해도 현재로선 뾰족한 수단도 없다. 주변국에 국가 안보가 농락당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군사력을 더욱 키우고 우방국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러의 잇단 도발에서 돌아봐야 하는 것이 우리의 안보 태세다. 최근 한반도 해빙무드에 취해 무장해제를 재촉한다는 우려가 높다. 한·미연합훈련이 취소되고 북핵 대비 한국형 3축 체계를 핵심으로 한 국방개혁과 각종 군비증강 계획이 흔들리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미국에게서 전시작전권만 돌려받으면 자주국방이 되는 것처럼 안달이다. 미국의 군사적 도움 없이 우리 스스로 중·러의 군사적 위협을 물리칠 만반의 대책이 마련돼 있는가. 그때도 외교관이나 불러 애먼 소리나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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