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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재 기자의 돌발史전] 李小龍이 '노랑 추리닝' 입고 싸운 곳은 법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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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유희' 무대 됐던 팔상전

조선일보

유석재 기자

온갖 '미인(美人)'들을 불러모아 합체시켰다는 건축물이 있다. 경복궁 동쪽 국립민속박물관 건물이다. 불국사 청운교·백운교를 본뜬 계단 위에 오층탑 모양의 위풍당당한 구조물을 올려놓았다.

이 탑의 원형은 충북 보은 법주사에 있는 높이 22.7m의 국보 55호 팔상전이다. 임진왜란 때 불탔다가 1626년(인조 4년) 다시 지어진 목탑 문화재로, 최근 법주사가 '한국의 산사' 7곳 중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팔상전 역시 주목을 받게 됐다.

46년 전, 우연히 이 탑의 사진을 보고 '이거다!'라며 무릎을 친 영화배우가 있었다. 홍콩 무술 배우 이소룡(李小龍·1940~1973)이다. 그는 1972년 신작 '사망유희'의 촬영을 시작했는데, '한국의 어느 탑 꼭대기에 숨겨진 보물을 찾으러 떠난 이소룡이 무술 고수들과 싸우며 한 층 한 층 올라간다'는 영화였다. 이 탑이 법주사 팔상전이다. 팔상전과 그 옆에 있던 시멘트 미륵대불을 그린 이소룡의 스케치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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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룡이 그린 법주사 팔상전(위 그림 왼쪽)과 미륵대불의 스케치. 왼쪽 사진은 영화 ‘사망유희’에 ‘노랑 추리닝’을 입고 나온 이소룡.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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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구조와는 다르게 팔상전 내부 세트를 홍콩에 만든 이소룡은 필리핀 쌍절곤 고수 댄 이노산토, 한국 합기도 사범 지한재, 미국 농구선수 카림 압둘 자바와 대결하는 액션 장면을 촬영했다. 이때 이소룡이 입은 검은 줄무늬의 황색 점프슈트가 그 유명한 '노랑 추리닝'이다.

그런데 이소룡은 '사망유희'를 완성하지 않은 채 워너브러더스와 '용쟁호투'를 먼저 찍은 뒤 1973년 7월 갑자기 사망했다. 추위에 약한 이소룡이 한국의 겨울이 두려워 현지 촬영을 미뤘다는 얘기도 있다. 1978년 완성된 '사망유희'는 원래 줄거리를 완전히 바꿔, 마지막 결투 장소로 설정된 곳이 법주사 팔상전이었다는 사실은 아쉽게도 잊혔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되기 훨씬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질 기회를 놓친 셈이다.

[유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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