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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비즈톡톡] 소통에 주력하는 유영민 장관, 큰 틀 짜자는 노정혜 연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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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주일 동안 과학기술계에서는 대학, 출연연구기관, 연구소 등에서 일하는 과학자들이 귀기울일만한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5일 출입기자들과 워크숍 겸 간담회를 열어 지난 1년간 과기정통부 장관으로서의 소회를 밝혔고 지난 3월 말 사퇴한 조무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의 후임으로 선임된 노정혜 서울대 교수는 9일 취임식에서 비전을 밝혔습니다.

유영민 장관의 발언은 앞으로 과기정통부 운영의 바로미터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노정혜 이사장의 발언은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의 4분의 1에 달하는 약 5조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장의 기관 운영 방침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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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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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유영민 장관은 지난 1년을 돌아보며 “과학기술의 대중화, 5G 장관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도 강조하며 차관과 실국장까지 과학기술 대중화를 위해 국민들 앞에 같이 서자고 했습니다. 심지어 “조만간 과기정통부 간부들 스피치 교육을 받을 것”이라며 “과기정통부 간부들 전국을 돌아다니며 망가지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국민 눈높이에서 과기정통부가 하는 일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장관의 발언을 전해들은 한 연구자는 사석에서 “지금도 과기정통부의 소통 노력은 지나칠 정도”라며 “좋은 과학기술 정책을 수립하는 게 우선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소통이 지나칠 정도라는 말은 장관의 현장 방문 동정 보도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실제로 최근 한달 새 환경산업연구단지 현장 방문, 소방청 소방과학연구실 현장 방문, 인공지능 기업 현장 방문, 정보보호 산업 현장 방문 등 장관의 동정 보도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과기정통부의 미션 중 우선하는 것은 과학기술정책의 수립·총괄·조정·평가입니다. 이날 장관의 발언에선 물론 ‘혁신성장’, ‘R&D혁신’과 같은 말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현장 연구자들은 과기정통부가 R&D 혁신에 의지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특히 현장 방문형 소통보다는 연구자들이나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제대로 된 R&D 혁신 정책을 들고 나와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유영민 장관의 발언이 화제가 된 며칠 뒤인 9일 노정혜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한국연구재단 6대 이사장에 취임했습니다. 전임 조무제 이사장이 임기 1년 6개월을 남기고 하차해 논란이 된 만큼 누가 신임 이사장이 될지, 그리고 어떤 비전을 제시할지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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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혜(사진) 이사장은 취임식에서 “앞으로 한국의 미래를 뒷받침할 중장기적 연구개발의 방향과 연구성과의 성격, 인재양성 지원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연구재단은 대학과 연구기관, 연구자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플랫폼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까지도 열심히 해왔지만 세계적 기준에 맞는 선진국형 기관으로 몸집에 걸맞는 체질 강화가 제대로 이뤄져야 할 때가 왔다고도 했습니다. 연구생태계의 근본적인 체질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재단의 일방적인 방향 지시보다는 소속과 연구형태가 각기 다른 구성원들의 생각을 서로 나누며 공감하는 과정에서 변화의 길을 찾는 플랫폼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홍보와 소통을 강조한 반면 과기정통부 산하 기관장은 오히려 연구 생태계의 질적 전환과 새 판 짜기를 거론한 것입니다. 과기정통부와 연구재단은 어찌 보면 ‘한 몸’입니다. 장관의 철학과 이사장의 비전이 양립할 수는 없습니다. 소통도 중요하고 연구 플랫폼 체질 개선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장관의 입을 통해 나와야 할 발언이 산하 기관장 입에서 나온 것 같다는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장관과 이사장이라는 직책의 무게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국민들과 연구자들은 소통을 위한 소통보다는 체감하는 정책과 변화를 원합니다. 국민들은 미세먼지 사업단 출범보다는 미세먼지 원인과 단기적 해결책을, 연구자들은 선언적인 R&D 프로세스 혁신보다는 연구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를 알고 싶어 합니다.

김민수 기자(rebor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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