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개관10주년 설문조사
백남준 2위, 박수근 3위
지난해 4월 케이옥션 서울경매에서 65억 5000만원에 낙찰된 푸른색 전면점화 ‘고요 5-IV-73 #310’(19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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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끊임없이 소환되고, 올해 상반기 국내 미술 시장에서 가장 위력을 발휘한 작가, 그 김환기 얘기다. 이번에는 평론가들이 그를 꼽았다.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관장 김달진)이 10주년 기념전시 ‘한국 미술평론의 역사’(11월 10일까지)를 열며 국내 평론가 37인에게 한국근현대 대표작가를 물은 결과,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김환기가 1위를 차지했다. 37명 중 18명이 그를 꼽았다.
서울 홍지동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한국 미술평론의 역사' 책자를 발간하고 전시를 열고 있다. [사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
2위는 17명의 지지를 받은 백남준, 3위는 11명의 표를 얻은 박수근이었다. 미술대 교수, 큐레이터 등 미술계에서 활동 중인 평론가 37명이 3명씩 추천하는 방식으로 답한 결과다. 2위로 꼽힌 백남준과 겨우 1표 차이지만, 지난 2011년 김달진미술연구소가 평론가 5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백남준이 38명, 김환기가 22명의 지지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주목할 만한 변화다.
기록 경신하는 '김환기의 힘'
김환기 추상화가 가진 어떤 매력이 이토록 미술품 애호가들을 사로잡는 것일까.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서 김환기가 차지하는 자리는 어떤 것일까. 왜 김환기인가, 평론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기만의 조형언어를 구축했다
윤진섭 평론가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김환기는 달항아리, 학, 매화 등 한국 선비의 세계를 표상하는 소재들을 바탕으로 전통적 미의식을 세련된 현대 조형언어로 전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작업으로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보편적인 미의식을 추구하며 시대성을 획득했다"는 것이다.
자연의 숨결, 그리움의 정서를 담았다
김환기의 유화 '새벽별'. 한국의 산과 강, 나무 등 토속적인 풍경이 작품에 녹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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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과 선, 그리고 사람. '16-Ⅸ-73 #318(1973)'. [사진제공=환기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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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의 정서와 감각을 세련되게 융합했다
최 평론가는 "과거 전후 삶의 궁핍함 속에서 이중섭과 박수근의 작품이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며 "그러나 경제적으로 풍족해지고 첨단 산업사회에 접어든 지금은 굉장히 도시화되고 귀족적인 우아함을 지닌 김환기 작품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적 실천을 멈추지 않았다
파리 작업실의 김환기. 44세에 파리에서 유학했고, 50세에 뉴욕으로 건너갔다.[중앙포토] |
한편 평론가들은 최근 미술 시장에서 김환기가 '거래가 기록 갱신의 주인공'으로만 조명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서성록 평론가는 "미술사적으로 김환기의 삶과 작품 세계가 더 많이 연구돼야 한다"며 "앞으로 미술 담론이 더 풍부해지고 해외에서의 대규모 회고전 등도 기획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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