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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공시가격 올라 종부세 대폭 상향 못한다’는 기재부의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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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비쌀수록 공시가와 격차 커…고가 아파트 보유세 부담 낮아져

‘재정특위 세율 일괄 인상’ 외면

“조세형평성 염두 증세” 지적도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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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시가격 인상 효과 등을 고려하여 점진적으로 공정시장가액비율 개편.”(기획재정부)

기재부는 지난 6일 고가 다주택자만 누진세율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현행 80%인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조정을 늦추겠다고 밝히면서 부동산 과세표준인 공시가격 인상 효과를 이유로 들었다.

기재부안은 앞서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제시한 공정시장가액비율 연 5%포인트씩 상향, 100% 적용안보다 후퇴한 것이다.

기재부의 ‘공시가격 고려’ 언급은 지난해 부동산 시장이 과열돼 서울(10.19%)을 중심으로 공시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의미다. 종부세는 시세의 30~70% 수준인 주택 공시가격·토지 공시지가에서 공제액을 뺀 뒤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을 곱해 산정하기 때문에 공시가격이 높을수록 세부담도 늘어난다.

하지만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 효과 고려’ 주장은 종부세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핑계라는 지적이 많다. 오히려 주택과 토지 공시가 모두 시세가 비쌀수록 시세와 공시가의 격차가 큰 ‘역진성’이 두드러져 조세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감하게 종부세 증세를 선택했어야 옳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 강남3구의 고가 아파트나 재건축 예정 아파트는 1년 사이 가격은 4억~5억원씩 뛰지만 공시가격은 불과 1억~2억원만 오르는 경우가 많다. 서울 강남 은마아파트(76.79㎡) 시세는 지난해 1월 11억원 선에서 지난해 12월 말 15억원으로 36.4% 올랐다. 반면 공시가격은 8억원에서 올해 9억1200만원으로 불과 14%만 올랐다. 시세 대비 공시가격을 따지면 60.8%에 불과해 은마아파트 보유자들은 상대적으로 종부세를 비롯한 보유세 부담을 덜고 있는 것이다.

토지와 건물 등 비주거용 부동산의 역진성은 더 두드러진다. 강원대 홍원철 박사가 지난해 발표한 논문 ‘과세평가 수직적 형평성에 관한 연구’를 보면 ㎡당 실거래가가 300만원 이하일 때는 시세 대비 토지(공시지가)와 건물(기준시가) 가격의 합이 82.9% 수준이다. 실거래가 400만원 초과~500만원 이하(57.7%), 900만원 초과~1000만원 이하(44.5%), 5000만원 초과(34.7%) 등으로 거래가격이 높아질수록 역진성은 더 커졌다. 재정개혁특위는 빌딩, 공장 등 토지에 과세되는 별도합산토지에 부과되는 종부세 세율을 일률적으로 0.2%포인트씩 인상할 것을 권고했지만 기재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재부는 공시제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종합적으로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는 공시가격이 부동산 과세 외에도 건강보험료 등 61개의 조세·부담금 부과에 사용되고 있어 범부처 간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홍정훈 참여연대 간사는 “과세표준 자체가 역진성이 큰 상황에서 종부세 인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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