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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김동환의 월드줌人] 스페인 축구 전설 푸욜…이란 방송국서 중계 '퇴짜' 당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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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축구 전설 카를로스 푸욜이 이란의 한 방송국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생중계를 맡으려다 현장에서 퇴짜 당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푸욜은 앞선 20일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이란과 스페인의 러시아월드컵 B조 조별예선 TV중계를 이란 현지에서 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방송국에 간 푸욜은 중계를 맡지 못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경기를 앞두고 방송에 등장한 진행자는 “오늘 원래 푸욜과 함께 중계할 예정이었지만, 그는 지금 호텔에 있다”며 “당황했을 시청자분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푸욜의 중계 취소를 두고 일각에서는 ‘몸값’이 너무 높아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는 추측 보도가 나왔다.

세계일보

'왜 나한테 그래…'. 스페인의 축구 전설 카를로스 푸욜이 이란 TV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생중계를 맡으려다 긴 곱슬머리를 이유로 현장에서 퇴짜 당했다. 이란 매체 'IranVarzeshi' 트위터 캡처.


여기에는 숨겨진 뒷이야기가 있다.

푸욜의 말을 인용한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방송국은 푸욜의 긴 머리카락이 ‘이란 문화’와 맞지 않다는 판단 때문에 그의 중계를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란 방송계에 헤어스타일과 관련한 구체적인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푸욜의 트레이드마크인 긴 곱슬머리가 이란 문화에서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고 국민들에게 ‘서구 문화’를 전파할 수도 있다고 봤다는 거다.

BBC는 “이란 축구협회 행동강령 중에는 선수들의 머리카락과 관련한 내용이 있다”며 “외국 문화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등 선수로서 적절치 않다고 판단될 때 경고를 내릴 수 있다”고 전했다.

터무니없는 이유에 많은 네티즌들은 방송국을 비난했으나,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여러 SNS에서 해당 방송국을 지적하는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쏟아진 가운데, 한 네티즌은 자신의 트위터에 부르카를 쓴 푸욜의 합성 이미지를 게재해 보는 이의 웃음을 자아냈다.

푸욜이 중계를 맡지 못한 이유로 방송국 고위 관계자 중 한 사람이 이란 종교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말이 일각에서 나왔다고 BBC는 보도했다.

2년 전에도 한 비치풋볼 선수가 이란 TV에 나올 수 있었지만, 머리카락이 너무 길어 방송 출연을 거부당한 바 있다. 그는 머리카락을 감추라는 지시를 거절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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