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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마음급한 트럼프 "北 전면 비핵화 이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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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각료회의서 '과장법 홍보' "北, 엔진 실험장 파괴 중"→ 38노스 "위성엔 증거 안보여"

6·12 미·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미국 언론들의 비판이 계속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특유의 과장법으로 자기 홍보를 하며 응수하고 있다. 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변수가 있거나 진행 중인 사안을 단정적으로 언급해 북한과의 향후 협상에서 오히려 미국의 입지를 줄일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북한과 관계가 매우 좋다"며 "그들(북한)은 그들의 (미사일) 엔진 시험 시설을 파괴하고 있고, 이미 큰 (핵) 실험장을 부쉈다. 실제로는 (부순 곳이) 큰 실험장 4개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4개라고 한 것은 지난달 북한이 폐기한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4곳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언급한 '미사일 엔진 시험 시설 파괴'는 북한이 폐쇄를 약속한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을 뜻한다. 그러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이날 동창리 시험장 폐쇄와 관련해 "6월 12일 자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해체와 관련된 분명한 활동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도 로이터통신에 "시험장 해체의 증거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에 동창리 시험장 폐쇄 계획을 미리 알렸을 가능성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우리가 사인한 (미·북 공동) 성명을 보면 북한의 전면적(total)인 비핵화를 즉시 시행한다고 돼 있다"며 "전면적 비핵화가 이미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하지만 CNN은 이에 대해 "공동성명엔 그런(전면적 비핵화 즉시 시행) 내용이 없다"고 했다. 공동성명엔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완성을 향해 노력해나갈 것임을 약속한다'고만 돼 있다.

6·25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과 관련해선 트럼프의 말이 하루 만에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6·25 당시 전사한 위대한 미군 영웅들의 유해를 이미 돌려보냈거나 송환하는 과정에 있다"고 했다. 그는 전날 미네소타주(州) 덜루스에서 열린 지지자 대상 유세 현장에서 "사실 이미 오늘 200구의 유해가 송환됐다"고 했었다. 유해 송환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유해를 돌려받은 것처럼 말한 것은 정확한 내용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에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날(17일)에 북한(김정은)과 통화할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백악관 실무진이 준비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즉흥적으로 말했다가 공수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바로 옆에 앉아 있는 폼페이오 장관을 향해 "어디 있나. 오, 저기 있네. 북한에 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봐서 놀랐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위한 고위급 회담이 곧 있을 것이란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트럼프가 북한에 후속회담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미·북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도 "다음 주쯤에 (고위급) 후속 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했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폼페이오의 방북 가능성에 대해 "최대한 북한 측과 빨리 만나 대화를 나눌 것"이라면서도 "현재로서는 발표할 만한 회동이나 방문 계획은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 결과를 비판하는 주류 언론에 대해 "반역적"이라며 독설을 했다. 그는 이날 공개된 TBN방송과 인터뷰 예고 영상에서 "가짜 뉴스들이 (정상회담 결과를) 다루는 방식을 보면 유감"이라며 "그건 솔직히 진짜 거의 반역적(treasonous)이다. 주류 매체의 (보도만) 듣는다면 거의 내가 협상에서 진 것 같다"고 했다. 이 인터뷰는 23일 방송 예정이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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