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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NYT "트럼프 거친 언행, 참모진에 전염…국민들도 문명의 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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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침없는 언행이 전국민에게 전염돼 미국의 언어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가까운 백악관 참모진부터 미국 연예계를 거쳐 국민들까지 욕설과 막말을 퍼붓는 등 문명인 답지 않은 언어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선일보

2018년 6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네소타에서 열린 미국인 일자리 보호 관련 원탁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백악관 트위터


◇ 트럼프, 불법 이민자들 향해 “살인자, 도둑, 짐승”…참모들까지 전염돼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한동안 잠잠했던 막말 포문을 터뜨렸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불법 이민자들의 자녀를 부모로부터 격리하는 정책이 큰 역풍을 맞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자들을 “우리 국가에 병을 옮기고 싶어하는 살인자와 도둑들”이라고 막말을 퍼부은 것이다. 그는 지난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원탁회의에서 이민자들을 향해 “이것들은 사람이 아니라 짐승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통령답지 않은’ 언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제는 이제 그의 참모들에게도 그의 언행이 전염되고 있다는 것이다. 똑똑하고 반듯한 이미지로 알려진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 19일 미국의 유엔인권이사회(UNHRC) 탈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름값을 못하는 기구”, “위선적이고 자기 잇속만 차리는 기구”, “인권을 흉내만 낸다” 등 원색적인 표현으로 인권이사회를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 대선캠프의 전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코리 르완도스키는 19일 폭스 뉴스에 출연해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10살 멕시코 소녀가 불법 이민자인 엄마로부터 격리된 것에 대해 ‘징징대는 것’을 표현하는 의성어로 빈정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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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0일 로버트 드니로는 토니상 시상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욕설을 날렸다. /유튜브 캡처


◇ 연예인부터 일반 국민들도 거친 언행…‘얼간이’ 표현 문제됐던 시절도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반대자들의 비난 수위도 더 높아졌다고 NYT는 지적했다. 지난 10일 미국 배우 로버트 드니로는 연극·뮤지컬에서 권위있는 상인 토니상 시상식에서 “한 가지 말할 게 있다. 꺼져, 트럼프(F**k Trump)!”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욕설을 날렸다.

배우 피터 폰다는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배런 트럼프(트럼프 대통령의 막내 아들)를 그의 엄마 품에서 떼어내 소아성애자들이 있는 수용소에 집어넣어야 한다. 그리고 그의 엄마가 이에 저항할지를 지켜봐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자 정책을 거칠게 비판했다. 이후 그는 그의 글을 삭제한 뒤 “내가 너무 지나친 말을 했다”며 “잘못된 행동”이라고 사과의 글을 남겼다.

시위 현장에서 일반 국민들의 언어 표현도 거칠어졌다. 20일 저녁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 일자리 보호 관련 원탁회의를 위해 방문한 미네소타 둘루스에서 불법이민자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내 할아버지는 이러려고 나치와 싸우지 않았다”, “거짓말쟁이, 인종차별주의자, 파시스트, 소시오패스”, “트위터 괴물” 등 과격한 표현들이 쏟아졌다.

미국 역사에서 국민들의 거친 언쟁은 물론 과거 정부 때도 왕성하게 나타났다. 미국 초기 정부 시절인 존 아담스(2대 대통령)과 토머스 제퍼슨(3대 대통령)이 정치적 대결 구도에 있을 때부터 베트남전을 치르던 시기에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때처럼 대통령으로부터 하향식으로 무례한 언어 문화가 전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지적이다. 심지어 1992년 조시 H W 부시 전 대통령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향해 “얼간이”라고 부른 것이 큰 화제를 낳을 정도로 대통령의 언행은 대중에 큰 영향을 미쳤다.

◇ “무례함은 전염되는 것”

국내에도 소개된 도서 ‘무례함의 비용(Mastering Civility)’의 저자 크리스틴 포래스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무례함이 전염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는 무례함이 전염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것은 벌레나 바이러스와 같아서 무례함을 겪는 것 뿐만 아니라 목격할 때에도 전염된다”고 분석했다.

또 포래스 교수는 트럼프 정부 이후 문명이 점점 퇴락하고 무례함이 만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보복하려는 경향이 강해졌고, 더 높은 곳이 아니라 낮은 곳으로 향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우리 스스로를 불행으로 밀어넣는 일”이라고 했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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