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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김현주의 일상 톡톡] 美 기준금리 인상…韓 주택담보대출 금리 5% 시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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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 금리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당장 우리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입니다. 정부나 한국은행은 물론 민간 전문가들도 심각하게 우려하진 않고 있습니다.

외국인 주식자금은 금리수준 자체보다는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기업실적 등에 의해 좌우되고, 채권자금은 장기투자자 비중이 60% 이상이라 급격한 자금유출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실제 지난 3월 한국과 미국 금리가 10여년 만에 역전됐을 때도 외국 자본이 거의 빠져나가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국내 시중금리 인상입니다. 1500조원 가량의 가계부채가 우리경제 뇌관으로 떠오른 지 오래입니다. 시중금리가 오르면 가계 이자상환 부담은 커집니다.

특히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 빚을 진 저신용(7∼10등급), 저소득(하위 30%) 차주 부담은 더욱 불어납니다. 이들 취약차주 5명 중 1명은 소득 40% 이상을 이자상환에 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 초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어느정도 타격을 입은 영세업체들에게 늘어난 금융비용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큽니다. 시중금리 인상은 소비 및 투자 위축을 불러와 국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전문가들은 미국발 글로벌 무역갈등에 금리까지 올라가면 경제주체들의 어깨는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며 기업과 가계에 대한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세계일보

미국 연준이 1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인상, 국내 대출금리도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주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가이드금리 상단이 4% 후반대까지 치솟은 만큼,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조만간 주택담보대출 금리 5%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취약계층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이들이 보유한 대출이 부실화돼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장금리는 2016년 하반기부터 상승세로 접어들었다.

은행권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 2016년 9월 1.31% 저점을 기록한 뒤 올 4월 1.82%까지 올랐다. 지난달에는 1.79%로 주춤했으나 역대 최저치와 비교하면 여전히 0.48%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가이드금리(5년 고정·이후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민평평균 기준)도 2016년 11월 한 차례 급등한 뒤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 6년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한 차례 올리고 이후 계속 동결하고 있지만 시장금리는 이처럼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른바 '제로금리'(0.00∼0.25%) 시대를 마무리 짓고, 현재까지 7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3월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월24일 3%를 돌파했다. 이 영향으로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는 4월12일 2.590%에서 지난달 15일 2.803%로 단기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행이 당분간 금리를 인상하진 않을 것으로 보이나, 인하 역시 없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도 한 몫하고 있다.

◆은행권 대출금리 줄줄이 인상…금리 오르면 취약계층 대출부터 부실해져

이처럼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은행권 대출금리도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 통계를 보면, 신규취급액 기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9월 3.24%에서 올해 4월 3.47%로 0.23%포인트 올랐다.

이달 14일 기준 주요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가이드금리는 최고 4.86%를 기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대출금리 상승으로 차주 부담이 커질 경우 상환능력이 낮은 취약계층부터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일보

실제 최근 중·저신용자나 저소득층이 주로 찾는 제2금융권 위주로 연체율이 오르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4.9%로, 지난해 말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이 중 신용대출 연체율은 0.6%포인트 오른 6.7%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상호금융조합도 가계대출 연체율이 1.2%에서 1.4%로, 이 가운데 신용대출 연체율은 1.4%에서 1.7%로 각각 상승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제2금융권 신용대출은 고정금리 보다는 변동금리 비중이 클 것"이라며 "금리가 오르니 취약계층 대출부터 서서히 부실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과도한 금리인상을 경계하면서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예금금리 제자리, 대출금리만 급등…'은행 고질병' 사라질까?

금융소비자가 자신이 받은 대출의 금리 산출 결과 내역에 대한 정보를 은행으로부터 받을 수 있게 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은 이런 제도 개선안을 은행과 협의를 거쳐 최대한 빨리 시행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런 내용 등을 담은 대출금리 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이번 조치는 은행이 대출금리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금융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주는 것이 골자다.

금융소비자가 더 많은 정보를 토대로 대출받을 은행을 선택하고, 은행이 실제 산정한 대출금리 내역을 살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더 많은 정보를 토대로 은행을 견제할 힘이 생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계일보

금융당국은 우선 은행연합회 등에서 이뤄지는 대출금리 공시 내용을 좀 더 구체화하기로 했다. 기존 금리 공시가 은행별로 기본금리와 가산금리 정도를 알려주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가산금리를 구성하는 우대금리와 위험프리미엄 등 주요 내용까지 공개하기로 했다.

은행 대출금리는 코픽스와 CD, 금융채 등 기준금리에다가 우대금리 등 조정금리, 업무원가, 목표이익률, 위험프리미엄 등 가산금리를 더해 산출된다. 기준금리는 시장에서 결정, 은행이 결정하는 가격은 가산금리에 따라 좌우된다.

가산금리 내역을 좀 더 자세히 공개하면 금리라는 가격 변수를 좀 더 잘 파악한 채로 어느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금감원은 대출 때 은행의 대출금리 산정 내역에 대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대출금리라는 최종결과물만 받아봤지만, 앞으로는 자신의 대출금리가 어떤 기본금리에 어떤 가산금리가 적용된 결과물인지를 살펴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금융소비자는 금리 산정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자신이 어떤 우대금리를 적용받았는지, 다른 우대금리는 왜 적용받지 못했는지 등 정보를 토대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게 됐다.

금융당국은 이처럼 금융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경우 은행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견제 권한이 강화, 금리 인상기에 예금금리는 제자리인데 대출금리만 급등하는 등 '은행 고질병'이 약간이나마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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