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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Tech & BIZ] 알리페이, 15조원 투자 유치… "中, 세계 핀테크 시장 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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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8일 간편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알리바바의 자(子)회사 앤트파이낸셜이 140억달러(약 15조6200억원)를 투자 유치했다. 싱가포르의 싱가포르투자청, 캐나다의 연금투자위원회, 미국 칼라일그룹 등 전 세계 투자업체들이 앞다퉈 뛰어들면서 당초 투자 목표였던 100억달러를 훌쩍 넘겼다. 투자사들이 평가한 앤트파이낸셜의 기업가치는 무려 1500억달러(약 167조원)였다.

4년 전 설립된 핀테크(금융 기술)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중국의 최대 인터넷 포털인 '바이두'의 시가총액 94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 방송인 CNBC는 "중국이 세계 핀테크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국에서 체력을 키운 중국 핀테크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며 전 세계 금융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핀테크 시장 장악 나선 중국 알리페이·위챗페이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텐센트의 위챗페이, 온라인 보험업체 중안보험 등 중국 핀테크 기업들이 이미 세계 핀테크 시장의 주도권을 움켜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회계법인 KPMG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 순위에서 1위는 앤트파이낸셜, 2위는 중안보험(온라인보험), 3위는 취디엔(온라인 대출)이 차지했다. 10위 안에 중국 기업이 5곳에 달했다. 그나마 KPMG 측은 세계 최고의 핀테크 기업 가운데 하나인 텐센트를 인터넷 업체로 분류해 평가 대상에서 제외했는데도 이 정도다.



중국 핀테크 기업들의 진격은 단순히 14억명에 달하는 중국 인구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3~4년간 줄곧 세계 최초의 혁신 서비스를 발신하는 곳이 중국 핀테크 기업들이었다. 알리페이는 알리바바 내 서비스였던 6년 전 스마트폰으로 오프라인 상점에서 고유 QR코드를 찍으면 곧바로 자신의 은행 계좌에서 상점의 계좌로 돈을 지불하는 신개념의 결제 방식을 내놨다. 2015년에는 오프라인 상점에서 이용자의 결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이를 다시 가맹점에 통계 데이터를 제공했다. 자영업자들에게 '언제, 어떤 상품이 제일 잘 팔리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가맹점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중국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을 서비스하는 텐센트는 위챗을 통해 택시·식당·영화 예약 등 생활에 필요한 온라인 서비스를 모두 담았고, 이런 서비스 결제에 위챗페이를 활용했다. 이용자들이 점차 위챗페이로 공과금을 납부하고 주식에 투자하고 적금에도 가입하면서 위챗페이 이용자가 6억명을 넘어섰다.

블룸버그는 최근 "2016년 기준으로 중국인들이 중국에서 물건을 사고팔면서 결제한 전체 금액의 절반에 달하는 2조9000억달러(약 3200조원)가 모두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로 결제됐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핀테크가 현금이나 신용카드 양쪽 모두를 한 번에 넘어선 금융 혁명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중국 온라인 보험회사 중안온라인재산보험은 6년 전 알리바바와 텐센트, 중국 최대 보험사 핑안보험이 합작해 만든 핀테크 업체다. 이 회사는 온라인에서 보험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상품을 내놨다. 예컨대 전자상거래 손해보험으로, 고객의 반품·교환으로 발생하는 판매자의 손해를 보상해주는 '반송 보험'이 대표적인 사례다.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운동량 측정 앱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로 이용자 개인의 건강 상태를 분석해 맞춤형 보험 상품을 추천하기도 한다. 현재 5억명 이상의 중국인이 중안보험에 가입했다.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과 텐센트의 창업자 마화텅, 핑안보험의 창업자 마밍저 등 3명의 마(馬)씨 기업인이 핀테크 혁신을 위해 뭉쳤다고 중국에서는 삼국지의 유비·관우·장비에 비유해 '도원결의'라 부른다.

◇"중국 핀테크의 진격은 미국 은행가의 악몽 될 것"



조선비즈



중국을 장악한 이런 핀테크 기업들은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이들은 전 세계의 거리를 활보하는 1억명이 넘는 중국 관광객들을 따라 세계로 퍼져나갔다. 뉴욕에서 택시를 탄 중국인들이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결제를 계속 요구했고, 결국 택시회사에서 고객의 요구를 따라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미국, 유럽, 아시아 등 각 국가의 현지 고객을 파고드는 전략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로 알리페이가 연간 한 번이라도 서비스를 이용한 8억7000만명의 결제 장소를 파악한 결과, 2억7000만명이 해외에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닌 것이다.

미국의 주요 외신에서는 "중국의 핀테크 파워가 미국 은행가의 악몽이 될 수 있다"는 기사가 등장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 핀테크 서비스는 미국의 기존 금융 서비스보다 지불 구조가 훨씬 간편하고, 수수료도 적다"고 보도했다. 자칫 미국 은행들이 중국 핀테크 기업에 이용자를 뺏기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은 최근에 자국에서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사용을 금지했다. 베트남 정부는 "중국 핀테크 서비스가 탈세 수단으로 악용되는 걸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베트남 정부로서는 취약한 자국 금융권이 한꺼번에 중국의 모바일 결제 파워에 이용자를 뺏기지 않도록 견제해야 할 정도로 절박했다는 방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중국 노동절 연휴 기간 알리페이의 해외 결제 규모에서 한국은 홍콩, 태국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부산 자갈치시장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알리페이 결제가 가능할 정도다.

로이터는 "알리페이의 앤트파이낸셜은 스스로를 '금융 회사'가 아닌 '테크(기술) 회사'로 표방하고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등 최첨단 기술을 연구해 속속 금융에 접목하고 있다"며 "중국의 핀테크 혁신 주도권은 확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임경업 기자(up@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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