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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호날두 쇼'… 62년 만에 유럽 A매치 최다골 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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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월드컵] A매치 데뷔 14년여 만에 대기록

상대를 노려본다. 오른쪽으로 가는 척하다 급히 왼편으로 방향을 틀었다. 숨이 닿을 듯 바짝 붙어 있던 상대가 한순간 틈을 보이며 멀어졌다. 이미 공은 눈앞에 와 있다. 그가 몸을 날려 머리에 공을 맞혔다. 어디선가 날아온 거친 발길이 눈앞을 스쳐갔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힘을 실었다. 골키퍼가 손을 뻗었지만, 공은 이미 골망으로 꽂혀 들어갔다.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팬들의 환호성과 탄식이 신호라도 된 듯 그가 번쩍 날아올라 손으로 'A' 자 모양을 그리며 착지했다. 포르투갈의 주장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레알 마드리드)가 역대 유럽 선수 A매치 최다골 기록을 경신하는 순간이었다.

호날두는 20일 열린 러시아월드컵 B조 조별리그 2차전 모로코와의 경기 전반 4분 코너킥 상황에서 올라온 공을 헤딩골로 연결했다. 이번 대회 4호골이다. 지난 1차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홀로 3골을 몰아쳐 3대3 무승부를 이끌었던 호날두는 이날 선제 결승골로 득점 랭킹 단독 1위로 올라섰다. 2위는 2경기 3골을 기록한 러시아 데니스 체리셰프(28·비야레알)이다. 포르투갈은 호날두의 골을 잘 지켜 1대0으로 승리, 1무 이후 1승으로 16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앞서 이란에 1패를 당한 모로코는 2연패에 빠져 대회 첫 탈락 팀이 됐다.

호날두는 이날 유럽 축구 역사를 새로 썼다. 그는 이전까지 헝가리의 전설적인 공격수 푸슈카시 페렌츠(1945~1956)와 똑같이 A매치 84골을 기록 중이었다. 이날 85번째 득점을 올리면서 62년 만에 유럽 축구 선수 역사상 최다골 주인공이 됐다. 2003년 8월 20일 카자흐스탄전에서 A매치에 데뷔한 이후 정확히 14년 10개월, 152경기 만에 이룬 대기록이다.

호날두의 A매치 데뷔골은 14년 전인 2004년 7월, 유로2004 개막전 그리스와의 경기 후반 추가 시간에 나왔다. 선배 미드필더 루이스 피구의 코너킥을 머리로 받아 득점하며 전설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골을 넣었다. 지난 2016년부턴 경기당 평균 1골 이상(29경기 30골) 터뜨리는 괴력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04년 이후 열린 월드컵, 유로, 컨페더레이션스컵 등 모든 메이저 대회에서 득점하며 포르투갈의 '해결사' 자격을 증명했다. 이미 레알 마드리드 최다골, 유럽 챔피언스리그 최다골 등 클럽 축구계 기록을 모두 깼던 그는 이제 포르투갈 국가대표 팀에서도 '전설'로 남게 됐다.

호날두가 득점하자 세계 축구계 주요 매체가 속보로 신기록 소식을 전했다. 기록 분석 업체 OPTA는 호날두를 '역사' '골 수집가'등으로 표현했다. 호날두에게 이제 남은 기록은 단 하나다. 호날두는 이란의 알리 다에이가 기록한 A매치 역대 최다골(109) 기록에도 도전한다. 현재 33세인 호날두는 마흔 살까지 현역 생활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가 앞으로 1년에 A매치에서 6골씩만 넣어도 4년 후인 다음 월드컵 때쯤 말 그대로 세계 축구 사상 최고의 골잡이로 자리 잡게 된다.

[이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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