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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뉴스+] 검경 수사권 조정 갈등 속 警 조서 ‘증거능력’ 쟁점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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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건 두번 조사” 대통령 발언 / 檢 “경찰조서 증거인정 못받는 탓 / 수사지휘권 폐지 근거 안돼” 반박 / 警 “이번에 증거능력 똑같이 적용을”

세계일보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경찰 수사 단계에서 작성한 조서를 검사 작성 조서와 같이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있는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재판 증거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경찰과 검찰에서 똑같은 조사를 두 번 받는 관행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검찰 내부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문무일 검찰총장과의 오찬에서 한 발언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문 대통령은 “왜 국민이 똑같은 내용을 가지고 경찰과 검찰에서 두 번 조사를 받아야 하는지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문제의식”이라고 말했다.

일선의 한 부장검사는 “검경에서 두 번 조사받는 건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없기 때문”이라며 “법조인인 문 대통령이 이를 모를 리 없다”고 에둘러 불만을 드러냈다. 형사소송법상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 즉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법정에서 그 내용을 인정해야만 증거로 쓸 수 있다. 반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법정에서 그 내용을 부인해도 증거로 삼을 수 있다.

변호사단체 간부를 지낸 중견 변호사는 “경찰 조사가 충분하지 않으니 검찰에서도 조사를 하지 않겠느냐”며 “경찰이 불기소했다가 검찰이 기소해 법원에서 유죄가 선고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경 조사 내용이 일부 중복된다는 점이 경찰에 대한 검찰 수사지휘권을 없애야 한다는 근거가 될 순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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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경찰 쪽에선 ‘이번 기회에 검경 조서의 증거능력을 동일하게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경찰청 경찰개혁위원회에 참여한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백 위주의 수사 관행을 깨려면 경찰이든 검찰이든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해선 안 된다”며 “검사 작성 조서의 증거능력을 경찰 조서와 같은 지위로 끌어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 총장은 이날 개막한 ‘서울 국제형사법 콘퍼런스’에 참석해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 “수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인권보호 기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경찰권을 확대하는 내용의 수사권 조정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진영·배민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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