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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구본준 LG 부회장, 계열분리 쉽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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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덕 기자]

LG그룹이 구광모 LG전자 상무 중심의 4세 경영체제로 전환을 준비 중이다. 방식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잡음 없는 순조로운 전환이다. 실제로 LG그룹은 친인척간은 물론 동업자 가문인 허씨 일가와 GS그룹을 나눌 때에도 다툼을 벌인 일이 없다. 하지만 '구본준 계열분리설'이 떠오른 이번만은 진통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예전처럼 계열분리할 대상이 마땅치 않아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구본준 LG 부회장의 계열분리 가능성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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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의 거취에 따라 LG그룹의 경영체제도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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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의 거취에 따라 LG그룹의 경영체제도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지난 4일 LG그룹은 상반기 사업보고회를 시작했다. 한달간 진행되는 이 보고회를 통해 LG는 계열사들의 성과를 점검하고, 사업전략을 논의한다. LG그룹 경영의 큰 틀이 이 자리에서 잡힌다는 것이다. LG그룹 총수가 1989년부터 이 보고회를 주재해온 이유다. 2016년까지는 고故 구본무 회장이 챙겼지만, 지난해에는 구본준 LG 부회장이 대신했다. 구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구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징검다리 승계론'이 나온 것도 이 즈음이다.

하지만 올해 사업보고회는 구 부회장 대신 하현회 부회장이 주재했다. LG그룹에 따르면 구 부회장은 스스로 물러났다. 구광모 상무의 '회장 승계'가 정해진 상황에서 승계 작업에 부담을 주기 않겠다는 게 구 부회장의 속내로 풀이된다.

실제로 구 상무의 회장 승계 작업은 착착 진행 중이다. LG는 지난 5월 17일 열린 이사회에서 구 상무를 LG 등기이사로 올렸다. 오는 29일 예정된 지주사 LG의 임시주주총회에는 구 상무의 LG 등기이사 신규선임안이 포함됐다. 재계에선 이날 구 상무가 등기이사에 오르면 그에 걸맞은 직급이 부여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룹 후계자로서의 '6인 부회장 체제(하현회 LG 부회장ㆍ조성진 LG전자 부회장ㆍ박진수 LG화학 부회장ㆍ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ㆍ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ㆍ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를 통솔하려면 상무 이상의 직급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구본준 먹거리가 난제

구 부회장의 거취도 거론되고 있다. 구 상무는 구 부회장의 조카다. 나이로도 27살 차이가 난다. 그룹 승계작업이 완료된 후에도 구 부회장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삼촌이 조카의 업무지시를 받는다. 이런 상황은 서로에게도 껄끄러울 가능성이 높다, LG그룹이 '장자승계가 정해지면 선대는 물러난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도, 구 상무의 승계와 함께 구 부회장의 계열분리 전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예상대로 구 부회장이 계열을 분리한다면, 어떤 밑그림이 그려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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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계열사도 거론된다. LG디스플레이다. 구 부회장은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약 7년간 부사장과 사장, 부회장을 거치면서 사업을 이끈 바 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의 시가총액은 7조5857억원이다. 덩치가 너무 크다. 현재 구 부회장이 보유한 LG 지분(7.72%)을 14일 종가기준(9만1800원)으로 따져보면 1조2225억원 수준이다. 그만한 자금으로 LG디스플레이의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하기엔 역부족이다.

마지막으로 남는 게 구 부회장이 2007~2010년 이끌었던 LG상사다. LG상사의 영업이익은 2년 연속 증가세이고, 시가총액은 1조310억원이다. LG그룹의 물류를 담당하는 알짜기업 판토스도 자회사로 안고 있다. 하지만 구 부회장에겐 썩 내키지 않을 카드라는 지적이 많다. 구 부회장은 제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LG그룹 내에서도 드물게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성향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고 있어서다. 상사나 물류사업은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사업을 확 키우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구 부회장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

결국 어떤 이유에서든 구 상무나 구 부회장이 만족할 만한 합의점을 찾기는 힘들다. LG그룹의 승계작업과 계열분리가 맞물려 돌아가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LG그룹은 모든 이들의 우려를 불식하고 1992년 희성그룹, 1999년 LIG그룹, 2000년 아워홈, 2003년 LS그룹, 2006년 LF를 분리한 경험이 있다. 다만 묘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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