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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한미 ‘프리덤가디언’ 유예…북 비핵화 상응조처 촉진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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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트럼프의 약속대로 한미 군사훈련 선제적으로 멈춰

정부 차원 ‘을지연습’ 중단은 미정

비핵화 순조롭게 진행되면 키리졸브·독수리훈련도 논의

“대북 군사대비 소홀” 우려에 “한미 연합방위 차질없어”



한·미 군당국이 애초 8월로 예정됐던 ‘프리덤가디언’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19일 공식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직후 밝힌 대북 약속에 대한 실무적 후속조치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을 촉진하는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방부는 이날 기자단에 보낸 문자 공지를 통해 “한미간 긴밀한 공조를 거쳐 8월에 실시하려고 했던 방어적 성격의 프리덤가디언 군사연습의 모든 계획 활동을 유예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또 “추가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한미간 계속 협의할 예정”이라며 “후속하는 다른 연습에 대한 결정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미 국방부도 이날 데이나 화이트 대변인 명의로 같은 내용의 성명을 냈다.

국방부는 과거 한-미 연합군사연습(또는 훈련)이 중단된 사례가 1990년과 1992년 두 차례라고 밝혔다. 1990년엔 남북고위급회담 개최와 미군의 걸프전 참전으로 ‘을지 프리덤가디언’ 연습의 전신인 ‘을지 포커스렌즈’ 연습을 건너뛰었고, 1992년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수용하자 한-미가 팀스피릿 훈련을 중단했다. 이번 한-미 군사연습 중단은 1992년 이후 26년 만이며, 통산 세번째인 셈이다.

한-미는 그동안 “북침 연습”이라는 북한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방어 목적의 연례적 훈련”이라며 연합연습을 계속해왔다. 그러나 6·12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와 대화의 흐름이 급물살을 타면서 군사훈련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된 셈이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프리덤가디언 연습 중단 이유에 대해 “북-미와 남북대화의 평화적인 분위기를 계속 유지하는 데 기여하기 위한 조치”라며 “북한 쪽에서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번 연합연습 중단이 일시적 조치에 그칠지, 영속적 조치로 이어질지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이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연습 중단을 선언하면서 “북한이 선의로 협상에 임하는 한”이라는 조건을 단 것과 연관해 여지를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연합연습 재개 여부를 북한의 적극적인 비핵화를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규모 한-미 연합연습에는 이번에 유예된 프리덤가디언 연습과 함께 매년 2~3월에 열리는 ‘키 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 등이 있다. 프리덤가디언과 키 리졸브는 시나리오에 기반한 지휘소 연습이며, 독수리 훈련은 실제 병력과 장비가 움직이는 야외기동훈련이다. 북한은 그동안 이들 3대 연합연습 및 훈련에 극도의 반감을 보여왔다. 따라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연합연습 중단의 확대가 논의된다면, 이들 연습 및 훈련이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이밖에 각 군별로 진행되는 연합훈련, 예컨대 한-미 연합 공중기동훈련인 ‘맥스선더’와 ‘비질런트 에이스’ 등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인 적이 있다. 특히 이들 훈련에 B-1B, B-52 등 전략폭격기나 F-22 스텔스전투기 등이 참여하면 거의 예외없이 “핵전쟁 연습” 등을 운운하는 비난성명을 내보냈다. 또 해군의 연합 해상훈련에도 미군의 항공모함이나 핵잠수함 등이 참여할 때 격렬한 반응을 보이곤 했다. 앞으로 이들 훈련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미군 전략무기의 전개를 자제하는 등 이른바 ‘로키’(절제된 수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국방부 당국자는 “한반도 전구 차원의 대규모 연습·훈련뿐 아니라 각 군별로, 제대별로 실시되는 것까지 따지면 한-미 연합연습은 수백개가 될 것”이라며 “이들을 모두 검토 대상에 올려놓고 어떻게 할지 등을 따져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 군사연습 중단 의사를 밝힌 이후 양국에선 “대북 군사대비태세 소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최현수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연합방위에 조금의 차질도 없이 양국이 충실히 준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방부 당국자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훈련 공백이 없도록 합동참모본부를 중심으로 각 군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미 연합 군사연습인 프리덤가디언은 정부 차원의 전쟁 대비 훈련인 ‘을지연습’과 함께 진행해왔다. 정부는 이번 프리덤가디언 연습 중단을 계기로 을지연습도 중단할지 여부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을지연습의 중단 여부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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