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3 (월)

김상조 한마디에 기업 주가 급락…"책임져라" 청원 봇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재벌 주식 처분’ 발언에 시장 혼란 / 일감 몰아주기 철폐 강조하며 /“비주력사 지분 팔아라” 요구 / 삼성SDS 시총 2조3000억 증발 / 세계I&C·이노션 등도 하락세 / 金 “비상장 계열사 말한 것” 진화 / 내부에서도 “너무 나갔다” 비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초법적인 발언으로 한 푼 두 푼 모아서 투자했던 주식이 폭락했습니다. 위원장 발언으로 휴지 조각된 소액주주들의 재산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청와대 국민청원 내용 중 일부)

세계일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현 정부 공정거래정책 1년의 성과와 과제’ 세미나에 참석해 발표를 듣고 있다.뉴시스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재벌 주식 처분’ 발언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김 위원장 발언으로 주가가 폭락했다”는 내용의 청원 글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공정위 내부에서도 이번 발언에 대해 “시장에서 혼란이 일어날 만한 내용으로, 너무 간 것 같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9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김 위원장의 발언 해명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수십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주식이 폭락했다”, “개인 재산을 팔아라 말아라 하는 것은 초법적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논란은 지난 14일 김 위원장 취임 1년 기자간담회 발언으로 촉발됐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임기 2년 차 목표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철폐를 강조하며 “총수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비주력·비상장사 주식을 처분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비주력 계열사의 업종으로 시스템통합(SI), 물류, 부동산관리, 광고 등 4개 분야를 꼽았다. 그는 이어 “주력 계열사 지분을 팔지 않으면 언젠가 조사,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 이후 관련 주가는 급락했다. 삼성그룹 SI를 총괄하는 삼성SDS 주가는 다음날인 15일 14%가량 하락, 시가총액 2조3000억원이 증발했다. 삼성SDS 외에도 신세계그룹의 SI 회사인 신세계I&C(-13.7%), 현대자동차그룹의 광고회사인 이노션(-7.2%)도 하락세를 보였다.

세계일보

주식이 폭락하자 소액주주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삼성SDS 소액주주모임은 국민청원뿐 아니라 공정위에 직접 항의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공정위가 그룹의 주력 회사와 비주력 회사를 구분한 기준 △비핵심 계열사 주식을 매각하는 법적 근거 △소액주주 손실 대책 등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김 위원장이 진화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고려대 ICR센터·한국산업조직학회 공동 주최 토론회에서 “분명히 비상장 계열사라고 했는데 어느 상장사 주가가 폭락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있다”며 “기본적으로 문제 삼은 부분은 주력사업이 아닌 비상장인 상태에서 대주주 일가가 다수 지분을 보유하면서 일감 몰아주기로 이익을 얻고 공정거래를 해치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삼성SDS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불거진 삼성SDS 소액주주의 반발에 대한 설명으로 풀이된다. 이날 보합세를 보이던 삼성SDS 주가는 김 위원장 발언 직후 5% 이상 상승했다.

김 위원장의 해명에도 공정위 내부에서 “너무 나간 발언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총수일가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위원장 발언은) 법 위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의미인데, 적법하게 소유하고 있는 주식을 무조건 팔라고 하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