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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펜타곤 "그만 둔다" 아닌 "유예"…北 비핵화에 달린 연합훈련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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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해 8월 해군 1함대 811기지가 25일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의 하나로 강원 동해시와 양양군 일원에서 유도탄 이동 발사장 전개 훈련을 하고 있다. 한미 국방부는 19일 올해 UFG 연습의 유예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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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한·미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중단 결정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중단 의사를 밝힌지 1주일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의지를 보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 군사적 압박에도 유연한 변화가 필요하다”(14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고 호응하면서 UFG 중단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외교가는 양국이 UFG 중단을 발표하며 쓴 표현을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기자회견을 비롯, 이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반복적으로 ‘도발적인(provocative)’, ‘전쟁연습(war games)’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면서 “전쟁연습을 그만 하겠다(stop)”고 했다. 미 언론들은 이를 ‘끝내겠다(end)’는 표현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미 국방부가 19일 발표에서 쓴 표현은 조건부 유예나 연기에 가까운 ‘suspend’다. 한국 국방부도 이를 동시 발표하면서 출입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아예 “유예(suspend)하기로 결정했다”고 정확히 표기했다. 또 양측은 UFG의 성격에 대해 ‘방어적(defensive)’라고 명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합훈련을 도발적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는 한·미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양국은 그러면서 “추가 조치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한·미가 실시해온 대북 전면전 가정 3대 훈련 중 UFG 외에 통상 3월께 실시하는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FE) 훈련 실시 여부를 뜻하는 것이다. 한국 국방부는 ‘후속하는 다른 연습에 대한 결정’은 아직 미정이라고 했고, 펜타곤은 ‘후속하는 war game에 대한 결정’이라고 표현했다. 펜타곤이 쓴 ‘워게임’이라는 표현은 트럼프 대통령이 썼던 전쟁연습의 의미가 아니라 컴퓨터를 활용한 시뮬레이션(모의 연습)을 뜻하는 군사용어로 보인다. 키리졸브 연습이 통상 워게임 형식으로 진행된다.

양국이 UFG에 대해 여지를 남긴 것은 이를 대북 협상 수단으로 쓰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UFG가 예정돼 있던 8월 전에 북한이 만족스러운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훈련을 재개하는 쪽으로 결정을 번복할 수도 있다. 외교 소식통은 “한·미 연합훈련은 언제든 재개할 수 있는 가역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를 중단함으로써 북한의 불가역적 비핵화 조치를 끌어낸다면 남는 장사라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한·미동맹과 직결되는 연합훈련을 손바닥 뒤집 듯 하는 데 대한 우려와 훈련 중단에 따른 연합 방위력 손상에 대한 걱정이 동시에 나온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총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스타브리디스는 타임지에 ‘해군 제독 출신으로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 큰 실수라고 생각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해 “연합훈련은 주어진 시나리오 내에서 가능한 전략전술적인 옵션들을 증명해보는 것으로, 이런 실전 연습 없이 정말 실전에 가면 부주의가 빈발할 것이고 엄청난 전투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주한미군의 슬로건인 ‘오늘밤 싸운다(fight tonight)’에 적합한 만반의 준비태세에도 상당한 손상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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