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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평화원정대] “바지 벗겨 지퍼까지” 이스라엘 국적기 다신 타나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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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평화원정대-희망에서 널문까지

⑧ 거대한 장벽에 갇힌 팔레스타인

엘알항공 탑승의 굴욕

보안요원 꼬치꼬치 인터뷰

이슬람 지역 다녀온 비자 보자

‘거기 왜 갔냐’ 압박 더해져

탑승 게이트 앞 또 온몸 수색

신발 뒤축 구멍까지 캐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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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가는 이스라엘 항공사인 엘알항공의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비행기 좌석에 앉는 순간에도 탑승 과정의 악몽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습니다.

공항에는 비행기 시간보다 3시간 앞서 도착했습니다. 피우미치노 공항은 미국으로 가는 미국 항공사와 이스라엘 엘알항공만의 체크인 데스크를 따로 분리해 놨습니다. 워낙 테러 위협이 많은 국가의 비행기들라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러나 엘알항공은 아시아에서 온 평화원정대를 ‘그러려니’ 하고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체크인 데스크로 가기 위해 줄을 서면 항공사 보안요원들이 모든 승객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합니다. 검은 머리 여행자가 등장하자 “미국 국적이냐”고 묻더군요. “아니다”고 하자 일행을 떼어 한명씩 데려가 묻기 시작했습니다. “이스라엘에는 왜 가느냐, 가서는 누구를 만나느냐, 짐에는 누가 부탁해 넣은 것이 있느냐.”

여권에 지난 2014년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 다녀온 비자가 붙어있자 질문은 더 거세졌습니다. “인도네시아에는 왜 갔느냐, 여러 나라를 다닌 이유가 뭐냐.” 결국 인터뷰는 “동행한 사람은 누구냐. 친구라면 아내 이름은 뭐냐”까지 물어보고 끝이 났습니다. 그 뒤 보안요원들끼리 심문 결과를 놓고 일행의 답변이 일치하는지 교차 확인을 하는 듯했습니다.

그렇게 40분 정도 잡아두더니, 이들은 여권과 항공권, 스마트폰, 지갑을 뺀 나머지 모든 짐을 수화물로 부치라고 요구했습니다. 노트북과 책 등도 예외가 없었습니다. 배낭에 있던 스마트폰 배터리는 항공기 안전상 들고 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그냥 모두 부치라는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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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평화원정대 이동 경로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보안요원은 탑승 게이트 앞으로 탑승 시각보다 40분 일찍 오라고 요구했습니다. 만약 어기면 비행기에 탑승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겁도 주었습니다. 게이트 앞으로 갔더니 어떤 사무실로 데려가서는 소지품을 다시 검사하고 온몸을 훑는 수색을 했습니다. 바지를 벗겨서 지퍼까지 만지며 확인했습니다. 신발을 벗겨서 확인하더니 “왜 신발 뒤축에 구멍이 나 있느냐, 신발 밑창은 언제 갈았냐, 신발은 어디서 산 거냐” 등을 캐물었습니다.

40분간 온몸 수색을 거치고 나자, 총을 찬 보안요원이 비행기까지 따라와 좌석에 앉는 것까지 확인하고 내려갔습니다. 좌석은 조종석에서 가장 먼, 비행기 맨 뒷자리였습니다.

이스라엘에 도착해서야 알았습니다. 이스라엘의 한국인들은 절대 엘알항공을 타지 않는다는 것을. 유엔 직원들도 예외가 아니라고 합니다. 엘알항공은 1968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소속 테러범에 의해 로마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납치됐고, 그 뒤로도 엘알항공에 대한 위협은 계속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엘알항공은 안전해졌을까요? 다른 이들은 타지 않고 유대인들만 타는 비행기는 그 자체로 테러에 더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예루살렘/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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