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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신문배달 중국계 소년, LA타임스 주인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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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의사-바이오 사업가 순샹, 美 6대 일간지 등 3개 매체 인수

“14세때 학비 벌려 신문 배달하며 민주주의 위한 언론 중요성 깨달아

우리시대 암인 가짜뉴스와 싸울것”

동아일보

“저에게 이번 언론사 인수는 이민자가 꿀 수 있는 ‘아메리칸 드림’의 정점에 있는 일입니다.”

미국 6대 일간지 중 하나로 136년 전통을 가진 LA타임스를 18일(현지 시간) 최종 인수한 억만장자의 중국계 외과의사 패트릭 순샹(66·사진)은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순샹이 이날 LA타임스와 샌디에이고 지역 최대 신문인 샌디에이고 유니언 트리뷴, 스페인어 일간지 호이 등이 소속된 캘리포니아뉴스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LA타임스를 포함한 3개 매체 인수대금은 5억 달러(약 5525억 원)로 알려졌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제 침략을 피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주한 중국계 가정에서 태어난 순샹은 요하네스버그 소재 비트바테르스란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이주해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로 채용되는 등 외과의사로 성공했다. 이후 바이오산업에 뛰어들어 억만장자가 됐다. 농구광인 그는 미국프로농구(NBA) 구단 LA레이커스 지분 4.5%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그의 재산이 8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순샹은 취임을 앞두고 17일자 LA타임스 전면 광고를 통해 독자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는 “LA타임스의 열렬한 독자로 수십 년간 지켜봐온 그들의 진실성과 솔직함,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회사를 인수했다”며 “오늘부터 유구한 역사를 지닌 독립적인 저널리즘을 보호하고 새로 짓는 일을 시작할 것”이라고 썼다.

그는 인수 이유에 대해 “14세 때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지역신문을 배달한 적이 있다”며 “인쇄된 신문들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지나갈 때의 소리와 냄새를 지금도 기억한다”고 편지에 썼다. 이어 “신문을 읽으면서 인종차별이 불러오는 악마 같은 결과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며 “그때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저널리즘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가짜 뉴스와 싸우는 동시에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신문 경영을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가짜 뉴스는 우리 시대의 암덩어리이고, 소셜미디어는 이를 전이시키고 있다”며 “LA타임스 같은 기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 신문 산업은 압박을 받을 테지만 나는 신문이 독자 생존할 수 있고 여전히 필수 요소로 남을 것이라 믿는다”면서도 “지역과 세계의 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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