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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김현주의 일상 톡톡] 한 걸음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갈 길 먼 '남녀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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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남성과 여성은 서로 상반된 특성을 가진 존재로 그려집니다.

이런 차이는 서로의 다름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어느 한쪽이 우월하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 다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 대등한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사회에서는 유교사상을 기반으로 남성 중심의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문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습니다. 남녀 성(性) 역할은 확연하게 구분되었고,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도 공공연하게 이뤄졌습니다.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나 여전히 이런 차별적인 시선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래도 예전보다 양성평등문화의 정착을 위한 사회적인 인식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일 것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남녀갈등 양상이 벌어지는 것은 우려되는 모습입니다. 성 차별 문제가 지나치게 여성 중심으로만 논의된다는 인식이 상당한 것도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일 것입니다.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및 남녀차별에 대한 대중의 인식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세계일보

한국 사회는 남녀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는 편이라는 의견이 7.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14.1%만이 우리사회는 성별에 관계 없이 능력에 따라 평가되는 사회라고 생각했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하다는 의견도 38.8%에 그쳐 성별 인식차이(남 49.4%, 여 28.2%)도 뚜렷했다.

77.2%는 전에 비해서는 남녀평등문화가 많이 개선된 편이라고 응답했다.

여전히 제한적이긴 하지만 전보다 성차별이 많이 개선된 부분으로 활발해진 여성의 사회 참여를 꼽았다.

성차별 문제가 지속되는 원인은 ‘유교사상’과 ‘가정 내 고착화된 성 역할’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다만 10명 중 8명은 성 차별 문제가 너무 여성에게만 집중되는 것 같다고 바라봤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및 남녀차별과 관련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전히 한국사회에는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존재하고 남녀차별도 공공연하게 이뤄진다는 평가가 많았으나 예전에 비해서는 남녀평등문화가 개선되었다고 바라보는 시각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우리나라는 남녀 성 역할 고정관념이 없는 편이라는 의견이 단 7.7%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국사회가 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고착화되어 있는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로, 성별(남성 10%, 여성 5.4%)과 연령(20대 8%, 30대 9.2%, 40대 7.2%, 50대 6.4%)에 관계 없이 비슷한 인식이었다. 남성과 여성은 주어진 역할이 각각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동의 36.9%, 비동의 56%)도 결코 적다고는 볼 수 없었다.

◆56.8% "아직까지 여성의 가장 큰 경쟁력 외모인 것 같다"

여성에 대한 이미지도 상당히 제한적인 모습으로, 여성을 외모로 평가하고, 약한 존재라고 바라보는 태도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절반 이상이 아직까지는 여자의 가장 큰 경쟁력이 외모인 것 같고(56.8%), 남자가 여자를 보호해줘야 한다(51.5%)는 의견에 동의한 것이다.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 스스로도 여성의 가장 큰 경쟁력은 외모인 것 같고(남성 59.8%, 여성 53.8%), 남자가 여자를 보호해줘야 한다(남성 55.4%, 여성 47.6%)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 편이었다.

20대 여성만이 여자의 경쟁력이 외모이고(44.8%), 남성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40.8%)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옅을 뿐이었다. 여자가 많은 집단에서는 뒤에서 들리는 소문이 많고(78.9%), 여자들은 남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며(77.3%), 너무 감정적인 경우가 있다(70.9%)는 것도 여성에 대한 전형적인 이미지였다. ‘노처녀 히스테리’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알 것 같다는 의견도 절반 이상(53%)이었다.

10명 중 6명은 남자는 ‘이성적’인 면이, 여자는 ‘감성적’인 면이 더 발달되어 있고(62.1%), 여성은 눈물이 많다(58.8%)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여자는 기계 다루는 일에 능숙하지 못하다(50.7%)는 인식에는 남성(61.8%)과 여성(39.6%)의 시각에 큰 차이가 존재했다. 대체로 여성의 성격 및 성향에 대해서는 남녀간 인식차이가 크지 않은 반면 여성의 능력에 대한 시각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여성의 사회참여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면, 한국사회는 결코 능력만으로 평가를 받는 사회가 아니었다. 전체 응답자의 14.1%만이 우리나라가 성별에 관계 없이 능력에 따라 평가되는 사회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사회전반적으로 개인의 능력보다는 성별에 의해 역할을 구분하는 태도가 공공연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남성(22.6%)보다는 여성(5.6%)이 능력에 따라 평가되는 사회라는데 동의하지 못하는 태도가 훨씬 뚜렷했다.

비록 여성이 남성에 비해 능력적으로 부족한 면이 많다(13.8%)는 인식은 매우 적었으나, 여전히 여성이 능력에 의해 평가 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여성의 사회참여 자체도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남자는 일을 하고, 여자는 집안일을 하는 것이 이상적(12.3%)이라는 가부장적인 사고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웠으나, 우리나라는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한 편이라는데 10명 중 4명(38.8%)만이 공감한 것이다.

세계일보

다만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하다는 의견에 대한 남성(49.4%)과 여성(28.2%)의 시각에 큰 간극이 존재했는데, 특히 젊은 남성층(20대 남성 60%, 30대 남성 52%, 40대 남성 40.8%, 50대 남성 44.8%)은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하다는 인식이, 젊은 여성층(20대 여성 22.4%, 30대 여성 20.8%, 40대 여성 32.8%, 50대 여성 36.8%)은 사회참여가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매우 강한 모습이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는 성 대결 구도의 단면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나라는 여성에게 승진기회를 공평하게 주고 있는 편이라는 의견이 14.1%에 불과했으며, 정치/사회분야에 여성리더들이 많은 편이고(14.3%), 여자가 리더가 되는 경우가 많은 편(11.7%)이라는 인식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10명 중 8명 "성 차별 문제 너무 여성에게만 집중"

이런 인식들은 아직도 한국사회에 남녀차별이 공공연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에 비해 여성에 대한 차별이 적은 사회라는 의견은 23.4%에 불과했으며, 이에 동의하지 못하는 시각이 61.6%에 이르렀다. 다만 젊은 남성층은 우리나라가 여성에 대한 차별이 적은 사회라는 인식(20대 남성 50.4%, 30대 남성 40%, 40대 남성 29.6%, 50대 남성 21.6%)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여성 복지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시각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여성을 위한 다양한 복지정책이 실행되고 있다(39.7%)는 생각이 적은 편이었으나, 남성(57.6%)과 여성(21.8%)의 시각에는 큰 차이가 있었으며, 특히 젊은 남성층(20대 남성 72.8%, 30대 남성 64%, 40대 남성 51.2%, 50대 남성 42.4%)은 이미 여성 복지정책이 많이 실행되고 있다고 느끼는 모습이었다. 젊은 남성들의 경우에는 오히려 자신들이 여성에 의해 차별을 받고 있다고 느낄 개연성이 있어 보이며, 성 차이로 인한 문제를 성차별로 받아들이는 일부 여성의 태도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실제 성 차이로 기인한 문제를 차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고(77.3%), 성차별로 보기 어려운 일인데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74.8%)는데 대부분 공감했는데, 2030대 남성에게서 이런 태도가 뚜렷했다. ‘성차별’ 문제가 여성중심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다는 우려도 많았다. 10명 중 8명(80.3%)이 성차별에 대한 문제가 너무 여성에게만 집중되어 있는 것 같다고 바라봤으며, 남성에 대한 성차별도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85.5%에 달했다.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성차별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과 관련해서는 뿌리 깊은 유교사상(50.7%·중복응답)과 가정 내에서부터 고착화된 성 역할(43.2%)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가장 많았다.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적인 한국사회의 문화가 남녀평등을 저해하고, 성차별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보는 것이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유교문화(남성 47.8%, 여성 53.6%)와 가정 내 성 역할(남성 34.2%, 여성 52.2%)에서 문제를 찾으려는 태도가 더욱 강했다. 또한 남아선호사상(35.6%)가 성차별문제의 원인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았으며, 여성들의 주체성이 부족하다(29%)는 의견이 남성(남성 38.4%, 여성 19.6%) 및 보수층(진보 27.1%, 중도 28.1%, 보수 38%)을 중심으로 많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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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뚜렷하게 성 역할을 구분 짓는 학교교육(26.1%)과 불평등을 개선하려는 사회적 의지의 부족(23.9%)을 성차별 문제가 지속되는 원인으로 보는 시각이 뒤를 이었다. 여전히 남녀평등문제가 잘 실현되지 않고 있는 부분으로는 결혼 및 출산 후 여성의 사회생활 제한(72.5%·중복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출산과 육아 문제에 대한 강요 및 간섭(60.3%), 여성을 성적비하 및 희롱하는 대화(54.6%)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금녀(禁女)의 벽 허물어졌다" 여성 35%만 동의

이와 함께 남성 대비 적은 급여(49.9%)와 남성쪽 집안을 중시하는 문화(48.6%), 여성의 고위직 진출 제한(43.6%) 및 승진 기회의 제한(38.4%)도 개선될 필요성을 많이 느끼는 모습으로, 대체로 여성의 목소리가 훨씬 강했다.

반면 과거에 비해 남녀 ‘성차별’ 인식이 개선된 부분으로는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활발해진 점(71.7%·중복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다. 비록 앞서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는 평가일 것이다. 특히 공공연하게 성차별이 이뤄지던 시대를 살아온 50대가 성별에 관계 없이(남성 82.4%, 여성 80.8%) 여성의 사회참여가 많아졌다는데 적극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불합리한 부분에 맞서는 여성들의 움직임이 많아지고(58.5%), 기혼여성의 사회생활 참여가 많아졌다(55.1%)는 긍정적인 평가도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이 사라지고(43.5%), 성별보다는 능력에 따라 개인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아졌으며(42.8%), 금녀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40.4%)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다만 남성에 비해 여성은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줄어들고(남성 48.8%, 여성 38.2%), 성별보다는 능력에 따른 평가를 받으며(남성 51.8%, 여성 33.8%), 금녀의 벽이 허물어졌다(남성 45.8%, 여성 35%)는 시각에 비교적 덜 동의하는 모습으로, 남성과 여성이 성 차별을 바라보는 관점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젊은 여성일수록 성차별 문화가 개선되었다는 평가에 동의하지 못하는 태도가 두드러지는 것도 특징이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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