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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금속·곡물값 2%대 급락…원자재 덮친 `G2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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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中 무역전쟁 점입가경 ◆

매일경제

미·중 무역전쟁의 암운이 짙어지면서 산업용 금속과 곡물 가격이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15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3개월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2.19% 하락한 t당 7020달러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산업용 금속으로 꼽히는 구리는 중국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금속이다. 월가 금융사 관계자는 "미국발 관세 갈등이 금속 시장의 판도를 바꿀 주요 변수"라고 말했다. 이날 알루미늄 3개월물 가격이 t당 2.3% 떨어진 것을 비롯해 아연(-3.36%)과 납(-1.96%)이 크게 하락했다. 자동차용 산업 금속으로 쓰이는 백금, 팔라듐 등도 트럼프발 통상 갈등의 직격탄을 맞았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백금 선물 가격은 15일 전날 대비 2.54% 떨어진 온스당 887달러를 기록했고, 팔라듐은 2.46% 하락한 98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귀금속 시장도 타격을 받긴 마찬가지였다.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2.28% 내렸고, 은 선물 가격은 무려 4.53% 급락했다.

곡물 시장도 휘청거렸다. 대두(콩) 선물 가격은 이날 부셸(곡물량을 세는 단위)당 9.3달러까지 떨어져 2%대 하락률을 보였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의 최대 수입국으로 중국이 관세 장벽을 높이면 미국 대두 생산업자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옥수수 가격은 0.46% 내린 3.8달러, 소맥(밀)은 0.72% 하락한 5.1달러에 달했다.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똑같은 크기의 보복관세를 매기면 미국과 중국 모두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0.1~0.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G2 무역전쟁 확대로 기업들이 투자를 보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무역수지 불균형을 바로잡고 미국 경제를 살리겠다고 추진하는 트럼프 무역 정책이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14일 미국이 초래한 무역 갈등에 대해 "거시적 영향을 과소평가해선 안된다"며 "캐나다, 유럽, 독일이 보복에 나서면 상황은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글로벌 무역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락세가 이어지면 이를 주요 수익원으로 삼는 신흥국들의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잇단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자국 통화가치 급락과 외국인 자본 유출 공포, 달러부채 상환 부담 가중에 놓인 신흥국들이 보호무역주의 악재 등 삼중고에 시달리면 글로벌 경제 전체로 충격이 빠르게 확산될 공산이 있다.

한편 국제 유가는 이날 증산 우려와 미·중 무역 갈등이 겹치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7% 떨어진 65.06달러를 기록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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