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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취직 기약없어 돈벌이…`징검다리 알바`도 하늘의 별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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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악의 청년실업 ◆

청년 취업난이 극도의 위기 상태로 치닫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청년들이 취업난을 탈피할 수 있도록 정부도 정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기대보다 비판이 앞서고 있다. 특히 청년들에게 중소기업 취업을 독려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내일채움공제' 정책을 놓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대학생 김 모씨(27)는 "주변에는 우선 취업한 뒤 혜택이 주어지는 3년 동안만 일하고 대기업이나 공기업으로 이직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넘쳐 난다"면서 "취업준비생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가 단지 보수 때문이 아닐 텐데 돈을 더 준다는 이유로 중소기업에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지난 정부에 이어 이번에도 청년실업 대안으로 스타트업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실속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창업 지원이 수요자를 위한 것이 아닌 공급자의 실적 남기기에 그치고 있어 스타트업 개업에 나서려는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년 동안 스타트업 두 곳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백 모씨(27·여)는 "스타트업 취업은 '회사 100개가 있으면 100개 사업모델과 인재상이 있다'고 할 정도로 채용 양상이 다양해 정부가 지원하는 것 자체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백씨는 "오히려 이미 설립된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방책을 일부 컨설턴트가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면서 "정부 지원금을 타 내기 유리한 창업계획서 쓰는 법을 가르치는 강의 등이 성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창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수준 미달 강연을 억지 춘향 격으로 수강해야 하는 것 역시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백씨는 "대상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 없이 '비즈니스 모델 설정하는 법' 등 강연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야 했다"면서 "겉으로는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고 있지만 새로운 산업을 양산하는 교육마저 지금까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몸소 느끼면서 기대감이 반감했다"고 불평했다.

이미 취업 시장의 신규 수요가 매년 늘고 있지만 가까스로 취업에 성공하고도 처우나 적성에 맞지 않아 다니던 직장을 조기에 그만두고 취업재수생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취업유예자가 늘어나면서 말 그대로 '바늘구멍'인 취업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취업정보 사이트 잡코리아가 지난 3월 경력 5년 미만 남녀 직장인 77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첫 직장 취업 후 2년 안에 퇴사했다고 밝힌 응답자가 84.5%에 달했다. 지난해 6월 같은 조사에서 58.9%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약 25%포인트 증가했다.

늘어난 취업 준비 기간을 버티기 위해 징검다리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취준생은 '대딩'과 '직딩' 사이의 20대 한 유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한 2년 차 취준생 최 모씨(24)는 최근 학생 때도 하지 않던 과외를 시작했다. 세 살 아래 동생이 지난해 대학에 입학하면서 더 이상 부모님께 경제적 부담을 지울 수 없었던 것. 최씨는 "과외를 시작하고 나니 시간이 부족해 취업 준비에 전력을 쏟지 못한다"며 "당분간은 취업 준비를 멈출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기 불황을 겪은 1990년대 일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프리(Free)'와 '아르바이트(Arbeit)'의 준말로, '직장 없이 갖가지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청년층'을 뜻하는 이른바 '프리터족'이 급증한 것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필요한 만큼만 돈을 벌고 남는 시간에는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젊은이'로 해석됐던 프리터족은 경기 악화가 장기화한 1990년대부터는 고용 불안정을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한국 아르바이트생들도 스스로를 프리터족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구인·구직 포털사이트 '알바몬'이 2017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 아르바이트 종사자 중 56%가 '나는 프리터족'이라고 답했다. 더 이상 취업 유예가 어려운 장기 취준생 사이에서는 '꿀알바'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다. 독서실 관리, 대학 근로 아르바이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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