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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NG족·둥지족…`알바경쟁` 내몰린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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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악의 청년실업 ◆

매일경제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 대란이 벌어지면서 20대 청년들이 숨 막히는 취업전쟁을 치르고 있다. 은행권 채용 비리 여파로 이른바 '은행고시'가 부활하자 은시(銀試)학원·인터넷강의(인강)가 생겨나면서 청년들 호주머니를 터는가 하면 '스카이(SKY, 서울대·연세대·고려대)' 학생들이 학점이라도 잘 받기 위해 기말고사 '족보(기출문제)'를 돈으로 사고파는 씁쓸한 풍경까지 연출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청년이 취업 자체를 자발적으로 미루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더 나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어렵게 구한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청년실업의 암담한 현실을 자조하는 '웃픈(웃기지만 슬픈)'이란 신조어만 유행처럼 번질 뿐이다. 취업난으로 인해 학교라는 둥지를 떠나지 못하는 학생들을 일컫는 '둥지족', 나이 든 대학생을 이르는 노대딩(노땅 대학생), NG족(No Graduation族) 등이 대표적이다. 취업이 안 돼 졸업을 유예하는 학생이 많아 매년 '대학 5학년' '대학 6학년'이 생겨나는 실정이다. 취업난이 심각해질수록 취업준비생의 금전적인 부담도 커지고 있다. 취업정보 사이트 잡코리아가 지난 1월 구직자 1459명을 대상으로 취업 준비 비용을 조사한 결과, 1인당 한 달 평균 27만2302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용은 2016년 22만8183원, 2017년 24만713원으로 매년 2만~3만원가량 증가해 왔다. 다수 구직자가 취업에 성공할 때까지 부모에게 지원받는 만큼 취업이 장기화할수록 금전적인 부담이 가족에게 전가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모든 2018년 하계인턴 전형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는 대학생 임 모씨(26)는 "기말고사·인적성시험·면접까지 겹쳐 최근 너무 힘들었다"며 "졸업을 미룬다고 해서 취업이 될지 기약할 수 없지만 유예하는 편이 유리해 다음 학기까지도 학교에 남아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 이른바 'SKY'라는 자부심을 버린 지 오래됐다는 그는 "언제까지 이어질지 막막하다"며 씁쓸함을 토로했다.

취업재수생의 첫 번째 패자부활전인 올해 상반기 공채와 하계인턴 전형까지 마무리되자 취업을 위해 졸업을 미루는 졸업유예생에 이어 기약 없는 '취업 N수'에 들어가는 취업유예생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은 취준생은 긴 취업 준비 기간을 견디지 못하고 졸업과 취업 사이 이른바 '징검다리 아르바이트'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졸업유예생에 이어 취업유예생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취업난 심화로 취업 준비 기간이 1년 이상으로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이 올해 3월 내놓은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취업 준비 기간은 13개월에 달했다. 이는 2015년 평균 취업 준비 기간 6개월(취업정보 사이트 스펙업)에 비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김희래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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