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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과학TALK] 치료제 없는 ‘치매’ 근본 치료제 한국서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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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치매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는 없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치매 치료제는 치매 증상을 일시적으로 경감시키는 작용을 할 뿐이다. 이마저도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아리셉트(Aricept)’, 노바티스의 ‘엑셀론(EXELON)’, 존슨앤드존슨(J&J)의 ‘라자다인(Razadyne)’ 등 5개에 불과하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에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이며 생기는 뇌질환이다. 이들 약물은 대부분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를 타깃으로 개발됐다. 과학자들은 베타아밀로이드 생성을 억제하면 치매가 치료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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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가 치매 예방을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 /조선DB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베타아밀로이드 생성은 억제됐지만 신경세포 사멸을 막거나 인지기능 장애가 현저히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베타아밀로이드가 아닌 ‘타우 단백질’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치매 환자의 신경 퇴화와 신경세포 내 타우 단백질 생성의 상관관계가 높기 때문이다.

배애님 ‘치매DTC융합연구단’ 단장은 14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현재 타우를 타깃으로 하는 치매 치료 후보물질 4종을 확보해 연구 중이며 이 4종의 후보물질 중 전임상 성공 확률이 가장 높은 물질을 올해 말까지 도출하고 내년 전임상에 돌입할 계획”이라며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타우 타깃 치료 약물을 개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치매DTC융합연구단은 2015년 12월 치매 조기예측과 치료제 개발, 치매 환자 케어 기술 개발을 위해 KIST를 중심으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동아에스티 등 산·학·연·병이 협력해 구성됐다. 2021년 11월까지 추진되는 2단계 사업에는 연구비 약 512억원이 투입된다.

◇ 새로운 기전의 타우 타깃 치료제 개발 도전

미국 FDA에서 임상을 승인받은 치매 치료제는 대부분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억제 기전을 갖고 있다. 임상 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타깃으로 한 약물 개발은 152건에 달한다. 반면 타우 단백질을 타깃으로 한 약물 개발은 75건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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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애님 치매DTC융합연구단장이 치매 치료제 개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IST 제공



2017년 기준 발견된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은 약 146개, 전임상(동물실험) 중인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은 358개에 달한다. 이같은 수치는 전세계 대학이나 연구기관, 바이오벤처, 글로벌 제약사들이 치매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전임상 단계를 통과해 임상중인 치료제 수는 급격히 줄어든다. 임상 1상 단계는 63개, 임상 2상은 43개, 임상 3상은 24개에 불과하다. 배애님 단장은 “전임상에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와야 임상 1상에 진입하는 후보약물들이 많아진다”며 “확률적으로 볼 때 전임상을 할 수 있는 후보물질이 좀 더 많이 발견돼야 치매 치료 신약 개발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치매DTC융합연구단은 현재 4종의 타우 타깃 치매 치료 후보물질을 발굴, 전임상 성공 확률이 높은 물질을 도출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이 중 ‘DTC0100’은 신경세포 내로 타우 단백질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수용체를 발현하는 기전을 갖고 있어 유망한 후보물질로 꼽힌다.

배 단장은 “타우 타깃 치료제의 경우 현재 싱가포르 소재 글로벌 제약사 ‘TauRX 세라퓨틱스’의 후보물질 ‘TRx0237’이 가장 앞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DTC0100을 비롯한 연구단에서 개발 중인 후보물질 4종은 TRx0237과는 전혀 다른 기전의 약물이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또다른 가능성...교세포 조절 치료제 개발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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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소재 치매DTC융합연구단의 약물 합성 실험 장치. /K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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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단은 또 신경세포가 아닌 비신경세포 손상에 의한 인지기능 장애를 개선하기 위한 또다른 치매 치료제 개발도 시도하고 있다. 이 연구는 이창준 KIST 신경교세포연구단 박사 연구팀이 최근 비신경세포가 소뇌의 기능에 관여하는 메커니즘을 밝힌 연구에 착안해 진행되고 있다.

이창준 박사 연구팀은 소뇌 속의 비신경세포인 ‘별세포’가 억제성 신호전달 물질인 ‘가바(GABA)’를 생산하고 분비하는 역할을 하며, 비신경세포에 항상 존재하는 ‘지속적 가바’는 소뇌 신경세포의 흥분 정도, 신호전달, 시냅스의 환경에 따른 구조·기능적 변화 등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지난달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박기덕 치매DTC융합연구단 박사는 “반응성 비신경세포에서 가바가 과생성될 경우 학습 및 기억 능력에 장애가 생긴다는 메커니즘을 기존 이창준 박사 연구팀 연구 등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재 박기덕 박사 연구팀은 이같은 가바 과생성을 억제하는 후보물질 ‘KDS2010’을 찾아내고 전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박기덕 박사는 “KDS2010의 전임상 중간 결과를 보면 가바 과생성 억제 효능이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올해 안에 전임상을 완료하고 내년 임상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수 기자(rebor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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