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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출근길 며느리 전화···아들아, 너도 삼식이 되고싶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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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20)
아들~ 잘 지내제? 일하랴, 애 보랴, 마누라 눈치 보랴, 사회 생활하랴 힘들지?

그렇게 힘들고 지친 인생도 살아있어야만 느끼는 행복이라고 누군가 그러더라. 너희 부부 아프지 않고, 두 아들이 건강하게 뛰어다니고, 다닐 수 있는 직장이 있고, 쉴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면 조화로운 삶이 아니겠냐?





출근길엔 잘 안 하던 며느리의 전화
중앙일보

어제 어미가 출근길에는 잘 안 하던 안부 전화를 했더라. 둘이서 투덕거렸구나 하는 느낌이 있어 전화를 끊고 카톡으로 대화했다. [사진 free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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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어미가 출근길에는 잘 안 하던 안부 전화를 했더라. 갸가 안부 전하는 거라며 전화를 하면 둘이서 투덕거렸구나 하는 느낌이 있어 전화를 끊고 카톡으로 대화했다. 역시 나는 연륜이 있는 나이든 엄마 맞다. 하하~

너에게 잘못된 것을 지적하려고 이 글을 쓰는 건 아니야. 그냥 나도 아들이 보고 싶다는 핑계로 안부 편지를 써 보려고 앉았다. 나에게는 새벽이지만 너는 아마 출근하려고 준비하는 시간이겠지.

결혼하고 나서 정말 많이 변한 아들. 버럭 하던 성격과 행동이 어찌 그리 느긋하게 변했는지.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던데 그것이 늘 궁금하단다. 때론 크고 광활한 나라에서 살면 성격도 그렇게 변하지 않겠냐는 생각도 가끔 해본다.

어제는 네 누나랑 옛날이야기 하면서 “우리 부부 정말 행복했을 때 어쩌고저쩌고” 하니까 네 누나가 그러는구나. “엄마 아빠가 사이가 좋았을 때가 있었나? 늘 불안한 남북관계같이 냉전 아니면 휴전이었지, 호호~” 참 나 원.

부부로 오래 함께 산다는 것은 싸우되 늘 타협을 해 마무리했다가 또 도돌이표같이 투덕거리는 거라고 생각해. 많이 싸우고 화해하며 재밌게 살아라.





싸우되 말로 인한 상처 주지 말아야
중앙일보

내가 여자 입장에서 부탁하고 싶은 말은 싸울 땐 상대방에게 말로 인한 상처는 안 줬으면 한다. [사진 smart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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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자 입장에서 부탁하고 싶은 말은 싸울 땐 상대방에게 말로 인한 상처는 안 줬으면 한다. 그것이 아무것도 아닌 말일지라도 상대방에게는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도 있고 평생 가슴에 박혀서 지워지지 않게 되더라. 전쟁을 치르기 전에 잠시만 심호흡을 하면서 상대방의 무엇이 상처인지 무엇이 자존감인지를 알고 잘 싸우기 바란다.

밥 안 주고 늦잠 잔다고 핀잔을 줬다며? 지금 한국사회의 풍경은 어떤지 아나? 직장여성이 쉬는 날 늦잠은 당연하다. 남자는 부인이 잠을 깰까 봐 살금살금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도 한단다. 유행어인 삼식이는 퇴직자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란다.

천하장사 이만기도 부인이 잘 때 외출했다 들어갈 때면 초인종을 못 누르고, 비밀번호 센서 키도 행여 깰까 봐 한 개 누르고 몇 초 있다가 한 개 누르고 몇 초 있다가 누른다더라. 그 이야기에 한참 웃은 적이 있다만, 남자도 여자를 두려워할 줄 알아야 대우받는다.

남자는 직장 안 다니냐고? 그러니 조율해 쉬는 날 배고픈 것은 각자 해결하라는 거지. 직장생활을 하며 애 키우고 밥 안 하는 여자가 어디 있냐고 하지만, 거꾸로 요즘 집안일 안 하고 애 안 봐주는 남자가 어디 있나? 그건 여성을 비하하는 폭언이야.

내 주위에도 커리어우먼인 젊고 똑소리 나는 아내가 참 많다. 슬기롭고 똑똑한 만큼 남편인 남자가 시달리는 면도 많을 거야. 잘잘못을 떠나 지금까지 보아온 내 아들 모습보다 아이 아비로서의 모습이 훨씬 멋있고, 저놈이 내 아들 맞나 할 만큼 성숙함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네 부인 편을 들고 싶다. 그리고 싸우고 나서도 편들어 달라고 호소하는 듯한 전화 목소리는 사랑스럽고 시어머니 입장에선 고맙기도 하단다.

싸울 땐 아이 보는 데서 싸우지 말고 꼭 이불 속에서나 아니면 운동장 가서 싸워. 살아보니 돈 많은 것보다, 지위 명예가 높은 것보다, 재밌게 산 인생이 잘 산 인생 같더라.

아들을 부르고 나니 아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좋은 것이란 걸 느낀다. 내가 다시 호주 여행 갈 때까지 열심히 살아서 좋은 모습 보여주렴.

멋진 시어머니가 되고 싶은 엄마가.

송미옥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sesu3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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