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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김현주의 일상 톡톡] 시민들 여당에 '힘' 실어주고 야당엔 '회초리'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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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지방선거는 지방 행정을 책임지는 공동체 일꾼을 뽑는 선거지만, 국정과 여야 중앙정치 책임을 묻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특히 6.13 선거는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남짓 지난 시점에 치러졌지만, 야당이 주장한 '정권 심판론'이 사실상 먹혀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민심과 '촛불 혁명' 파장이 여전히 이어져 보수 재건을 호소한 야당에 채찍을 휘두른 형국입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참패는 대통령 탄핵사태를 초래한 정당으로서 자성하지 않은 것은 물론,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이라는 분석입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한반도 평화와 냉전 해빙 흐름 속에서 '위장 평화 쇼'라며 구시대적인 색깔론 프레임으로 맞섰고, '샤이 보수'의 결집에만 기댄 채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대응하는 패착을 거듭했습니다.

야당으로서 민생과 경제 정책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데도 실패했을 뿐 아니라 지도부의 막말도 악재였습니다. 특히 보수 혁신을 부르짖었지만, 구호만 내걸었을 뿐 새로운 보수의 내실을 채워가는 노력은 소홀해 전통적 지지층의 마음을 되돌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이번 지방선거 압승을 계기로 국정 운영의 추진력을 확보하게 됐다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앞으로 2020년 총선까지 2년 가까이 전국 단위 선거가 없다는 점에서 정부와 여당은 국정에 온전히 전념할 시간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12곳의 국회의원 재보선에서도 압승해 국회 내 의석도 늘렸습니다.

궤멸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든 야당은 패배의 후폭풍에 휘말릴 공산이 큽니다. 선거 참패로 당 지도부 개편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간판만 바꾸는 게 아닌 노선과 정책까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합니다.

이번 선거는 이슈도 없고, 정책도 없는 선거로 무관심 속에 캠페인이 전개됐음에도 투표율은 60.2%로 23년 만에 60%를 돌파하며 비교적 높은 참여율을 보였습니다. 정당과 후보들의 퇴행적인 모습에도 유권자들은 표로서 세상을 바꾸겠다는 주권 의식을 드러내 보인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여야 모두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성찰해야 한다며 민심은 여당에 힘을 실어줬지만 오만하면 언젠가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고, 야당은 참패에도 불구하고 민심이 회초리를 든 이유를 냉철하게 살핀 뒤 새 출발의 각오를 다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세계일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6.13 지방선거 압승으로 중앙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쥐게 됐다.

지난해 '촛불혁명'으로 일궈낸 대선 승리에 지방권력마저 장악, '정권교체 완료'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점에서 승리의 의미가 적지 않다.

정부와 여당은 문 정부 집권 2년 차를 맞아 국정운영 주도권을 확실히 틀어쥐고, 민생•개혁과제를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며 지방선거 승리에 반색했다.

민주당은 문 정부가 만들려는 '나라다운 나라'를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든든한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표심을 파고든 점이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전 보수정권을 향한 적폐청산 작업과 한반도 평화 정책에 국민적인 지지가 쏟아진 점이 압승을 이끈 원동력이라고 민주당은 분석했다.

특히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 이후 조성된 한반도 평화 정착 기대감이 고스란히 표심에 반영,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문 정부의 정책이 힘을 받을 것으로 민주당은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으로선 여당 입장에서 치른 2006년 지방선거 참패를 되갚아 줬다는 점에서도 이번 선거 의미가 남다르다.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당시 16개 광역단체장 중 1곳(전북)에서만 승리했고, 나머지 15곳을 야당에 내줬다. 서울 지역 기초단체장의 경우 25석 모두를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에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과거 지방선거는 이른바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정권 출범 초기에 치러진 2회 지방선거(1998년)를 제외하곤 대부분 집권 여당의 패배로 끝났다. 지방선거가 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으로 치러지면서 통상 '정권 견제론'이 작용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지방선거=여당의 무덤'이라는 공식을 깨면서 중앙·지방권력 동시 장악이라는 성과를 거뒀다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방선거=여당의 무덤' 공식 깨졌다

이번 지방선거 투표율이 1995년 첫 민선 지방선거를 제외하고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000년 이후 단 한 번도 넘지 못했던 60% 벽마저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대선 이후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 의식이 높아진 데다, 사전투표가 그만큼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3일 제7회 지방선거 투표 마감 결과 오후 8시 기준, 전체 유권자 4290만7715명 중 2584만1937명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나와 투표율이 60.2%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을 보면 첫 민선 지방선거였던 1995년 68.4%를 기록했지만, 1998년 제2회 지방선거 때 52.4%로 추락한 뒤 줄곧 50% 안팎에 머물렀다.

2002년 제3회 지방선거 때는 50% 벽도 깨져 전체 유권자의 절반(48.9%)밖에 투표장에 가지 않았다.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에서는 50%대를 회복해 51.6%를 기록했고, 2010년에는 54.5%, 2014년 56.8%로 조금씩 상승했다.

◆투표율 저조할 거란 예측 빗나가

애초 이번 지방선거는 투표 하루 전날 열린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이슈가 다른 현안을 압도할 것으로 예상, 투표율이 저조할 거라는 일각의 관측도 나온 바 있다.

여기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 후보 경쟁력이 다른 정당 후보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오면서 '사표(死票) 심리'가 작동해 투표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8~9일 이틀간 실시된 사전투표에서 투표율이 20.14%를 기록하면서 60%대를 돌파하는 게 아니냐는 예상이 제기됐다.

세계일보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과 촛불 집회, 조기 대선을 거치면서 높아진 유권자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지방선거에서도 그대로 반영됐고, 역대 두 번째로 실시된 이틀간 사전투표제도가 자리 잡으면서 투표율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이번 선거의 사전투표율은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11.49%)보다 배 가까이 높았고, 2016년 4월에 열린 20대 총선 사전투표율(12.19%)보다도 월등히 높았다.

◆20대 당선인 31명, 이전 지방선거보다 3배 多

총 4016명의 지역일꾼을 선출한 이번 지방선거에서 20대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방선거 개표결과 30세 미만 당선인은 모두 3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4년 전 제6회 지방선거 때보다 3배가 넘는 규모다. 당시 20대 당선인은 9명에 불과했다. 5회 지방선거 때도 10명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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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상 지방선거 피선거권은 만 25세 이상의 국민에게만 주어지므로 '20대 당선인'은 만 25~29세에 해당한다.

선거별 20대 당선인 규모를 보면 지역구 기초의원에서 22명이 배출됐고 광역·기초의원 비례대표가 각각 4명, 지역구 광역의원 1명 순이었다.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장에서는 역대 지방선거와 마찬가지로 20대 당선인은 전무했다.

반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70대 이상 당선인은 29명으로 4년 전 6•4 지방선거보다 7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구 기초의원이 16명으로 가장 많았고, 기초단체장 7명, 지역구 광역의원·기초의원 비례대표 각각 2명, 광역단체장(충북지사)과 교육감(경기) 각각 1명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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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이상 당선인은 2010년 5회 지방선거 때 17명이었다가 6회 때 36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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