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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비즈톡톡] 피츠제럴드 제네시스 부사장의 ‘조용한 승진’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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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2018 부산국제모터쇼’가 개막한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벡스코의 제네시스 전시관. 무대 중앙에 전시된 차량의 베일이 벗겨지자 제네시스의 자율주행 콘셉트카인 에센시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행사를 진행하던 사회자는 “제네시스 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부사장이 직접 에센시아의 모든 것을 설명하기 위해 무대에 입장한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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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개막한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제네시스의 전기차 콘셉트카 에센시아를 사이에 두고 기념촬영하는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부사장(오른쪽). 왼쪽은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 디자인센터 부사장/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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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까지 피츠제럴드 사업부장의 공식 직급은 전무였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이달 초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그룹의 고급차 브랜드 사업을 총괄하는 고위 임원이면서 언론에도 자주 등장해 온 인물의 승진 인사가 별다른 발표 없이 조용히 치러진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2015년 말 제네시스 전략담당 전무로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피츠제럴드 부사장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대표적인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람보르기니의 브랜드 총괄로 마케팅 전략과 이벤트, 광고, 딜러 네트워크 확대 등을 주도하며 고속 성장을 이끌었다.

다만, 제네시스를 맡은 후 지난 2년여간 일군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제네시스는 국내에서 플래그십 모델인 EQ900을 시작으로 대형세단 G80, 중형세단 G70 등을 선보이며 어느 정도 고급차 브랜드의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북미를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는 별다른 실적을 올리지 못하며 고전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전년동월대비 판매량이 각각 11.5%, 1.6% 증가했지만, 제네시스는 38.6% 감소한 1076대가 판매되는데 그쳤다. 이 때문에 그룹 내부에서는 올해 말 3년의 계약기간이 끝나는 피츠제럴드 부사장의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많았다.

아직까지 두드러진 성과는 내놓지 못하고 있지만, 피츠제럴드 부사장만큼 제네시스의 미래를 책임지고 이끌 적임자를 찾는 일도 쉽지 않다. 게다가 내년부터 세계 1위 시장인 중국에서도 제네시스를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오히려 그에게 더 힘을 실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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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중국과 중동, 아프리카 등 신규 시장에서 제네시스의 판로를 적극적으로 개척할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해 4월 중동지역 국가인 오만에서 열린 ‘2017 컨데 나스트 인터내셔널 럭셔리 컨퍼런스’에 의전차로 제공된 제네시스 차량/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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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자동차 업계에서는 단기적인 실적 부진과 장기적 성장발판 마련이라는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그의 부사장 승진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진행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현대차그룹은 도요타 렉서스처럼 장기적으로 제네시스를 독립 브랜드로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번 승진으로 그룹 내 입지가 한층 강화된 피츠제럴드 부사장이 제네시스의 독립을 한층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피츠제럴드 부사장의 승진으로 그룹 내 외국인 임원들간의 원활한 업무 조율이 과제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광고와 마케팅을 맡는 피츠제럴드 부사장은 알버트 비어만 고성능차 개발 총괄 사장 등 기술개발 분야를 담당하는 외국인 임원들과 제네시스의 성장전략과 투자방향 등을 두고 종종 의견 충돌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피츠제럴드 부사장의 승진으로 그룹 내 제네시스의 위상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며 “제네시스 브랜드가 그룹의 목표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마케팅과 R&D 양 측의 입장과 의견을 효과적으로 조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피츠제럴드 부사장이 직급 상승에도 불구하고 제네시스의 글로벌 시장 안착에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을 경우 그룹 내 입지는 지금보다 더욱 흔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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