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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비용문제로 주한미군 흔들기… 중국이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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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 美北정상회담] 미국이 중국 패권 견제하려면 주한미군 전략적 중요성 커지는데

경제 논리 앞세워 감축·철수 언급… 주둔비 협상용 카드 분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 미·북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언젠가 주한 미군 철수를 원한다"고 했다. 한·미 연합 훈련 중단에 이어 한·미 동맹의 상징인 주한 미군 감축까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한국과 벌일 주한 미군 주둔 비용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트럼프 특유의 협상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주한 미군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트럼프가 쉽게 주한 미군을 움직일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은 주한 미군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나온다. 미국은 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군사적 팽창에 나서자 이에 대응할 전략을 세워왔다. 미 오바마 행정부에선 아시아 회귀 전략(pivot to asia)을 천명했고,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태평양 사령부' 이름을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바꿨다. 노골화하는 중국의 해양 패권 추구를 견제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반도에 주둔하는 미군의 군사 전략적 중요성은 상당하다. 실제 중국은 주한 미군을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다. 경북 성주 주한 미군 기지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임시 배치했을 때 경제 보복에 나설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미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중국은 대중국 봉쇄 조치 일환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이번 미·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쌍중단(雙中斷·북한 도발과 한·미 연합 훈련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 동시 진행)을 관철했다"며 일제히 환영했다. 한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중국과 패권 경쟁을 해야 하는 트럼프가 주한 미군 철수를 시사한 것은 북한을 완전한 비핵화로 유인하고 주한 미군 주둔 비용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단순 수사(修辭)로 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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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주한 미군에 부정적인 트럼프의 진짜 속내가 이번 회담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분석도 많다. 신원식 전 합참작전본부장은 "수십 년간 지속돼 온 '주한 미군은 절대 철수할 수 없다'는 신화가 이번에 깨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는 '잠재적 핵 국가'인 북한과 관계를 개선해 중국을 압박하고 북한 시장도 차지하는 게 주한 미군 주둔보다 전략적·경제적으로 이득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트럼프는 전통적 외교 안보 전략, 자유민주주의 질서와 가치에 무관심하거나 무지하다"며 "주한 미군 문제를 포함해 미국의 전통적 우방국 현안도 비용 관점에서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최근 G7 정상회의 합의에 반대하고, 파리기후협정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다. 예루살렘으로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이전해 중동 분쟁을 심화시키기도 했다. 미국 내에서도 반대가 심한 사안이었지만 트럼프는 이를 관철했다. 윤덕민 전 원장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경제 논리를 중시하는 트럼프 세계관에서 주한 미군 문제도 예외일 수 없다"고 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미 동맹은 자유민주주의를 중시하는 가치 동맹에서 미국에 얼마나 이익이 되느냐를 따지는 이익 동맹으로 격하된 형국"이라며 "주한 미군뿐만 아니라 한·미 동맹이 급격한 변화를 맞을 수 있다"고 했다.

[전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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