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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창업가들의 `사업계획서` 작성이 시간 낭비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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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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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193] 창업 성공 전략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는 비법이다. 그리고 전형적으로 생각되는 첫 번째 전략은 탄탄한 사업계획서를 만드는 것이다. 이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투자자들을 만나 창업 아이디어를 알리고, 투자자금을 확보하며, 이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것이 창업의 기본 틀이다.

하지만 기업가 정신을 연구하는 비영리단체 어윙 마리온 카우프만 재단의 전 사장이자 현재 시러큐스대학교 교수인 칼 슈람은 올해 초 출간한 저서 '사업계획서를 불태워라(Burn the Business Plan: What Great Entrepreneurs Really Do)'에서 사업을 잘 시작하기 위해 정성스럽게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슈람 교수는 최근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의 온라인저널 '날리지앳와튼(Knowledge@Wharton)'과 인터뷰하며 이에 대해 자세한 얘기를 나눴다.

우선 슈람 교수는 사업계획서가 필요하지 않은 이유 세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과거에 몸담았던 카우프만 재단에서 수년 동안 리서치를 한 결과 GE, IBM, 아메리칸 에어라인 등 역사가 깊은 대형 기업들과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신생 기업'들은 잘 짜인 사업계획서를 바탕으로 탄생하지 않았다. 이 사실을 바탕으로 봤을 때 사업계획서가 필요 없어 보인다는 것이 슈람 교수의 주장이다.

둘째, 사업계획은 벤처캐피털리스트들에게 보여주는 '맛보기(preview)'다. 그러나 슈람 교수가 리서치한 결과 신생 기업 중 벤처캐피털리스트를 만나는 곳은 1%도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슈람 교수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셋째, 사업계획서를 만드는 것은 사업 시작 경험을 하나의 요리 과정이라 간주하는 것과 같다. 요리책에 나오는 과정대로 요리를 하면 결과물이 괜찮게 나오듯이, 사업계획서를 세우고 이를 그대로 따라 하면 결과가 괜찮을 것이라는 의미를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과 다르다.

그렇다면 창업을 위해, 나아가 창업에 성공하기 위해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대신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슈람 교수가 제시하는 안은 비즈니스 필드 안에서 실제 경험을 쌓는 것이다. 그는 스타트업, 특히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에 대한 오해가 있다고 지적했다. 바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처럼 20대 사람들이 창업한다는 통념이다. 그러나 대부분 창업자들은 직장생활을 다년간 한 사람들이다. 슈람 교수는 "창업가 마인드를 배울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장소는 대기업"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에서 혁신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보고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기업에서 사업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다고 슈람 교수는 말했다. 이렇게 대기업에서 경험을 쌓고 창업에 성공한 사람의 예로 다이슨 청소기를 만들어 낸 다이슨의 창업가 제임스 다이슨을 꼽았다. 시제품 5127개를 거쳐 다이슨 청소기를 만들어 낸 제임스 다이슨 역시 창업 전에 전기, 공압·유압 밸브 구동기 제조사 로토크(Rotork)에서 4년간 일한 경력이 있다.

[윤선영 기업경영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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