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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경제칼럼] 노동편향정책 한계 분명 불황 땐 자본가역할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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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마르크스주의(Marxism)’로 불리는 사회주의 사상의 창시자 칼 마르크스가 태어난 지 200년이 되는 해다. 19세기와 20세기 그리고 심지어는 옛 소비에트연방이 붕괴한 지금 21세기까지도 그의 사상적인 영향력은 지대하다. 그가 저술한 ‘자본론’은 단일 저작으로 그 예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학술과 현실 모든 면에서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

마르크스주의의 주된 프레임은 ‘노동가치설’ ‘공황 이론’ ‘제국주의 이론’ 등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개념이 자본가와 노동자의 관계 가운데 노동을 강조하는 ‘노동가치설’이다. 즉, 노동이 상품가치를 낳으며 그 가치가 화폐로 표현된 것이 가격이라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활동했던 시기는 산업혁명 과정에서 생산력은 확대됐지만 노동자의 여건은 여전히 열악했고 소득 불평등으로 사회적인 불안이 확대되던 시기였다. 때문에 이런 문제의식을 갖는 것은 당시 시대적 배경에서 자연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 경제에서는 가치를 창출하는 요소들이 크게 다양화됐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가치를 창출하는 데 노동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대 경제에서는 자본, 노동 그리고 기술처럼 다양한 요소가 함께 작용한다. 실제로 자본과 기술의 역할과 범위도 상당 부분 확대되고 다변화됐다.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단순 노동 집약적 산업들이 경쟁력을 잃고 대규모 자본 투자와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들이 다시 고용을 창출하는 순환으로 이어진다.

즉 노동자, 자본가, 기술자는 대척점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모두 각자의 역할을 수행할 때 가치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농경사회, 초기 산업경제에서는 노동에 따른 수확이 바로 가치로 연결된다고 볼 수도 있지만 현대사회는 다르다. 노동자, 자본가, 기술자 모두가 함께 노력해 무엇인가를 만들어도 시장에서 필요로 하지 않으면 헛수고다. 즉, 노동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다른 생산 요소와의 관계에 있어 보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주장으로 ‘공황 이론’이 있다. 자본주의 경제는 과소소비, 이윤율 저하 등으로 경기 변동을 겪게 되며 극단적인 침체로 공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회주의 경제로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경제이론에서도 경기 변동이 아무런 조치 없이 자연 치유된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경기 변동을 줄이고 때로는 위기를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수단을 개발한다. 마르크스가 주장한 사회주의로 이행한 경제 역시 자본주의 이상의 경기 침체를 경험하며 결국 전체적인 삶의 질은 더욱 형편없었기 때문에 사회주의 전환이 공황의 해결 방법이라는 주장은 유효하지 않다.

각 시기에는 그 시대가 직면한 문제 인식이 있고 이는 여러 사상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이상향을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데올로기 담론에 불과하다. 시대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갈등과 부작용만 초래하기 쉽다. 더욱이 2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역사적으로 많은 아픔을 남긴 이데올로기를 현대사회에 접목하려 할 때는 더욱 세심한 주의와 경계가 필요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경제는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그 어떤 다른 체제도 자본주의보다 약점이 적지 않았고 역사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데올로기 담론이 아니라 이론적으로 정합성을 갖추면서 경험에 기초해 실증적으로 유효한 정책 처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이런 폐단들을 구체적으로 개선해나가는 것만이 시대적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매경이코노미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60호 (2018.05.30~05.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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