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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웹툰 도둑 ‘밤토끼’ 잡은 경찰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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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청 권효진·충현 경사

중앙일보

웹툰 도둑 ‘밤토끼’ 잡은 경찰 형제


“여기까지 왔는데 빈손으로 갈 순 없잖아.”

지난 15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권효진(32·사진 왼쪽) 경사가 국내 최대의 웹툰 불법유통 해외사이트인 ‘밤토끼’ 운영자를 검거하기 위해 10시간 잠복했지만 실패하자 형이 던진 격려의 한마디다. 형은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권충현(34·사진 오른쪽) 경사다.

밤토끼는 하루 평균 116만명이 접속해 유료 웹툰을 무료로 불법 다운받는 사이트다. 밤토끼 운영자는 국내 웹사이트 방문자 순위 13위를 내세워 배너광고 1개당 1000만원을 받는 등 2016년 10월부터 1년 6개월간 9억5000만원을 챙겼다. 밤토끼를 이용하기도 했던 권 경사는 “웹툰 무료 다운로드로 부당이득을 챙기는 운영자를 꼭 잡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난 1월부터 수사에 나선 권 경사는 밤토끼 운영자 주거지를 인천 남동구 구월동으로 추정했다. 28번의 압수 수색과 10여 차례에 걸친 탐문조사로 알아낸 정보였다. 지난 16일 권 경사는 현금자동입출금기 주변을 탐문했다. 주변 CCTV를 일일이 뒤졌다. 현금자동입출금기에 찍힌 사진으로 범인의 얼굴을 익힌 그는 CCTV 40개를 뒤진 끝에 범인이 생활용품점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한 사실을 알아냈다.

범인의 신원을 확보한 권 경사는 개인정보를 조회해 은둔지를 찾아내 범인 허모(43)씨를 체포했고, 저작권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24일 검찰에 송치했다. 그는 “형이 ‘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에 포기하지 말자’고 한 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2009년 부산경찰청에서 경찰 생활을 시작한 권 경사는 홍보팀에서 2년, 수사 파트에서 5년을 일했다. 홍보팀 근무 당시 ‘스토리텔링’으로 알기 쉽게 사건을 시민에게 홍보해 ‘시민과 소통하는 SNS 경찰’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사이버 수사에 두각을 드러낸 권 경사는 3년째 사이버 업무를 맡고 있다.

형 역시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소속으로 지난 4월 국내 최대 규모의 음란물 사이트 중 하나인 ‘쿠쿠다스’ 운영자를 검거하는 등 맹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경찰 가족이다. 권 경사의 아버지 권환우(56)씨는 경찰로 33년 근무한 후 2011년 명예퇴직했다. 권 경사는 “모든 사건을 내 가족이 피해자라는 생각으로 수사하겠다”며 집념을 보였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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