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은 미신고 집회에 참여해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도로를 점거하고 교통을 방해한 혐의(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된 김모(61)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2015년 5월 서울 청계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의 진사규명을 촉구하며 집회를 갖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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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은 이미 다른 시위대에 의해 불법 점거된 도로에 합류해 시위를 벌인 참가자에게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느냐였다. 1심은 김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제9형사부(재판장 이헌숙)는 지난해 6월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규정과 입법 취지에 비춰볼 때 집시법 규정을 중대하게 위반해 도로 통행을 불가능, 혹은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집회에 참가했다 해서 참가자 모두에게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 행위를 했거나 최소한 공모공동정범의 죄책을 물을 수 있는 경우에만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집회 당일 교통통제가 집회 참가자들의 행위로 인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이 집회를 주도한 다른 참가자들과 암묵적·순차적으로 교통방해를 공모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2015년 4월 16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 집회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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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김씨가 교통방해의 위법성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교통방해의 공동정범으로 책임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일반교통방해죄는 ‘계속범’ 성질을 갖고 있어 교통방해 상태가 계속되는 한 위법상태도 존재한다”며 “이미 교통 흐름이 차단됐다 해도 교통방해를 유발한 다른 참가자와 위법성을 인식한 상태에서 암묵적?순차적 의사 결합이 이뤄졌다면 교통방해의 직접 행위를 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문에 적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세월호 관련 시위 참가자들을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한 것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 반정부 성향의 집회에 참가한 단순 시위대를 모두 형사 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집회의 성격, 교통방해 행위의 과정 등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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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대법원은 2015년 11월 열린 신고집회(민중총궐기)에서 경찰에 의해 이미 차벽으로 차단된 도로를 점거했다가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된 시위 참가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도로를 점거한 사실은 있지만 이미 경찰에 의해 차단된 상태에서 도로에 들어선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집회의 신고 여부, 교통 흐름 차단 과정 등을 고려해 일반교통방해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해 온 것이 법원의 태도”라고 설명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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