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과학을읽다]①착시(錯視), 0.1초의 비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흑과 백의 음영으로 표현한 그림에서 흑과 백 하나 만을 보고 숨겨진 그림을 보지 못하거나(오른쪽) 보는 각도에 따라 서로 다른 갯수로 보이기도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가끔 사물의 크기나 색깔, 모양, 깊이, 입체감 등이 실제와 달리 보일 때가 있습니다. 이처럼 시신경을 통해 뇌에 전달되는 형상을 뇌가 실제와 다르게 인식하는 현상을 '착시錯視·optical illusion)'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뇌가 착각을 일으켜 정보를 잘못 해석하는 현상입니다.

착시는 색깔과 사물의 크기나 생김새 등을 착각했거나 빛의 밝기나 빛깔의 대비, 원근감의 차이에 의해서도 일어납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착시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정지된 사진을 빠르게 연속해서 보여주면 우리의 뇌가 연속된 움직임으로 인식해 실제 움직이는 것으로 착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착시현상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화가 모리츠 에셔는 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물레방아를 거쳐 평지를 타고 흐르다 다시 폭포에 도달해 떨어지는 '폭포' 등 여러 그림을 통해 인간의 지각 능력을 꼬집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쉽게 착시현상을 일으킵니다. 흑과 백의 음영으로 표현한 그림에서 흑과 백 하나만을 보고 숨겨진 둘이나 셋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바닥에 그려진 그림에 속아 놀라기도 합니다.

착시는 눈속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인간의 뇌의 진화에 따른 특징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 눈에는 어떤 물체가 눈앞에서 사라져도 약 20분의 1초가량 그 물체의 형태와 색이 남습니다. 정확히는 뇌가 과거의 현상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개별적 경험에 따라 미래를 예상하기도 합니다. 빛의 굴절과 의도적인 눈속임까지 더해지면 착시는 현실이 됩니다.
아시아경제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그림으로 유명한 네델란드 화가 모리스 에셔의 대표작 '폭포'. 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물레방아를 거쳐 평지를 흘러 다시 폭포에서 떨어진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운동경기에서 심판이 오심을 하는 원인 중 하나도 착시 때문입니다. 또, 야구선수가 공의 방향을 예측하고 다이빙 캐치를 하거나 축구 골키퍼가 순간 동작으로 펀칭을 하는 동작도 시신경이 과거를 추억하면서 동시에 미래를 예측하기 때문입니다.

10년 전 미국의 과학자 데이비드 휘트니 박사팀이 테니스 경기 중 오심 사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아웃(Out)'을 선언했을 때의 오심 확률이 84%나 됐습니다. '인(In)'과 아웃의 오심 비율이 절반 가량은 돼야 하는데 아웃일 때 유독 오심이 많았던 것은 왜 일까요?

연구팀은 심판의 자질 문제가 아닌 인간의 시각적 인식 체계의 오차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인간은 눈은 보는 것이지만 이는 전적으로 '뇌의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망막에 전달된 물질의 상이 시신경을 거쳐 뇌의 감각피질에 전달돼 판명하기까지 0.1초가 걸립니다. 인간이 보고 있는 현재는 항상 0.1초 전의 과거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0.1초 간의 과거 경험을 보충하기 위해 인간은 각자의 경험에 따라 미래를 추측하게 된다고 합니다. 테니스 경기의 심판은 판단이 애매한 상황이 오면, 공은 같은 방향으로 더 멀리 갔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선에 닿았기보다는 더 멀리 날아가 아웃됐을 것이라고 오판한 심판이 10명 중 8명이 넘었다는 말입니다.

반면, 운동선수들의 '나이스플레이'는 이런 예측이 빠르기 때문에 나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0.1초 뒤에 야구공이 어디쯤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그 곳을 향해 다이빙캐치를 해 공을 잡아내고, 축구 골키퍼가 갑작스런 슈팅에도 반사적인 동작으로 공을 쳐내는 순발력을 보여준다면 그들은 '0.1초 예언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0.1초 이후에 일어날 일을 나름 정확히(?) 예측한다는 점에서 우리 뇌의 판단은 훌륭하지만 눈에 빤히 보이는 것도 잘못 판단한다는 점은 안타까운 점입니다. <②착시(錯視), 수평선까지의 거리>편에서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착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