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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사설] 2년 가까이 시간 끌다 배터리 무역보복 찔끔 해제한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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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자동차공업협회가 지난 22일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한국 기업들을 우수 인증 업체 명단(화이트리스트)에 올린 것은 반가운 일이다. 중국 정부가 선정하는 배터리 보조금 지급 대상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2년 가까이 이어진 한국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제외 정책을 푸는 첫 단추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6년 사드 보복 조치로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뺀 데 이어 같은 해 12월 말부터는 보조금 명단에도 넣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번에 화이트리스트에 올린 것이라 배터리 금한령(禁韓令)이 해제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그러나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화이트리스트가 나온 날 발표된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한국 기업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모델이 모두 탈락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친환경 정책에 따라 전기차에 많은 보조금을 주고 있어 여기서 제외되면 사실상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을 하기 힘들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 전기차 시장을 겨냥해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했다가 예상하지 못한 사드 보복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그렇다고 공장을 폐쇄할 수도 없어 유럽 수출용으로 돌리거나 전기차용 배터리 대신 휴대폰용과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버텨왔다. 그러면서 사드 보복이 풀릴 날만을 기다렸는데 화이트리스트에만 올라가고 정작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는 빠지는 찔끔 해제에 그친 것은 유감이다. 우리 기업 입장에서 중국 전기차용 배터리는 포기할 수 없는 사업이다. 중국 업체들이 맹렬히 추격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술력에서 앞서 있어 2020년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리기엔 출혈이 너무 심하다. 중국 기업과 동등한 조건에서 사업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와야 한다. 우리 정부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에 조속한 배터리 금한령 해제를 요청하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기존 정책을 고수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열린 보아오포럼 연설에서 외국 자본에 대한 투자 환경을 국제무역규칙에 따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면 배터리 금한령부터 해제해야 한다. 이제는 치졸한 사드 보복을 끝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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