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2 (목)

[황종택의신온고지신] 관시찰대순추이(觀時察代順推移)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조 대학자이자 경세가인 율곡 이이는 오랜 악습을 끊으라고 경책했다. 율곡이 제시한 개혁사상은 명쾌하다. 타파해야 할 ‘8가지 구습’을 보자.

먼저 한가하고 편안하기만을 생각해 구속당하기를 싫어함.(只思暇逸 深厭拘束) 둘째, 어지럽게 드나들며 말만 하면서 세월만 보냄.(紛出入 打話度日) 셋째, 조금 행실을 닦고 삼가려 하나 남들과 괴리될까 두려워함.(稍欲修飭 恐乖於衆) 넷째, 경전 내용을 표절해서 쓸데없이 꾸밈.(剽竊經傳 以飾浮藻) 다섯째, 한가하게 놀고 세월을 보내면서 스스로 깨끗한 운치라 여김.(優游卒歲 自謂淸致) 여섯째, 배불리 먹고 하루를 보내며 남과 다투는 데만 힘씀.(飽食終日 只資爭競) 일곱째, 남루한 옷을 입고 거친 음식 먹는 것을 부끄럽게 여김.(惡衣惡食 深以爲恥) 여덟째, 재물·이익·유흥·여색에 빠져 그 맛을 사탕처럼 달게 여김.(貨利聲色 其味如蔗)이다.

국회의원들이 특권을 버리겠다며 요란을 떨었지만 초라한 현실이다.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이다. ‘가재는 게 편’을 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을 지칭해 “교도소 담장을 걷는 군상들”이라고 하는가 보다. 국회의원은 ‘무위도식’하고 ‘치외법권’의 상징이라는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비정상적인 행태들의 여전한 활보, 이게 오늘 대한민국 정치권의 민낯이다. 소수 기득권층이 아닌, 국민이익에 부합해야 한다는 시대정신에 어긋난다. 실학사상가 연암 박지원은 개혁을 강조하면서 변화를 모르는 융통성 없는 태도인 ‘인순고식(因循姑息)’, 문제가 생기면 정면 돌파할 생각은 하지 않고 없던 일로 하거나 일시적으로 모면할 궁리만 하는 ‘구차미봉(苟且彌縫)’을 버려야만 우리 민족에게 살길이 열린다고 제시한 바 있다.

국회의원들은 200가지가 넘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제 할 일은 하지 않고 막대한 세비를 축낸다는 비판 여론이 거센 이유이다. 세상사 흐름에 따라 겸허한 마음으로 변해야 한다. “사람과 만물이 신묘하게 변하니, 시대를 바로 살펴 변화에 따라야 한다.(千民萬物常神變 觀時察代順推移)” ‘사기(史記)’의 저자 사마천의 충고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觀時察代順推移 : ‘시대를 바로 살펴 변화해야만 발전한다’는 뜻.

觀 볼 관, 時 때 시, 察 살필 찰, 代 시대 대, 順 순할 순, 推 밀 추, 移 옮길 이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