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구글이 방치한 ‘밤토끼’ 드디어 잡았다.. 피나는 노력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밤토끼 때문에 작가들 돈 벌기 어려운데…구글 검색은 ‘여전’

일본 '해적판 사이트 긴급대책' 발표, 망가무라 등 접속차단

레진·카카오·네이버 피나는 노력…저작권법 개정 필요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부산경찰청이 내사 시작 5개월 만에 국내 최대 웹툰 불법 사이트 ‘밤토끼’ 검거에 성공했다고 23일 발표했다. 그간 만화 작가들과의 상생을 통해 웹툰 산업을 제2의 한류 플랫폼으로 키우려했던 웹툰 기업들이나 ‘밤토끼’ 때문에 생존을 위협당한 만화작가들에게 희소식이다.

하지만 ‘밤토끼’ 검거 과정을 보면 아쉽고 분통 터지는 일이 적지 않았다. ‘밤토끼’ 외에도 여러 개의 웹툰 불법 사이트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창작자 보호를 위한 사회적인 각성과 합의가 필요하다.

이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밤토끼 때문에 작가들 돈 벌기 어려운데…구글 검색은 ‘여전’

지난 4월 17일 카카오재팬이 일본 도쿄에서 개최한 웹툰 사이트 ‘픽코마’ 2주년 행사에서 만난 국내 웹툰 작가는 “밤토끼 때문에 한국만 서비스하면 먹고 살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밤토끼에서 서비스한 지 2시간도 안 된 최신 웹툰 콘텐츠를 무료로 공개했기 때문이다.

레진, 탑툰, 투믹스, 카카오(다음 웹툰), 네이버 등 국내 웹툰 업체들도 지난해부터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밤토끼’ 검거를 요청했지만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건 올해 1월이다.

특히 구글은 경찰이 ‘밤토끼’ 운영자 A씨(43세, 프로그래머)를 구속, 종업원 B씨·C씨를 형사 입건하고, 캄보디아로 달아난 동업자 D씨·E씨 등 2명을 지명수배했다고 발표한 23일 오전까지 검색에서 ‘밤토끼’를 지우지 않고 있다.

지난해 밤토끼 수사를 의뢰한 레진 관계자는 “밤토끼는 구글에 검색만 해도 사이트가 버젓이 표시된다”며 “망가무라(일본의 불법 웹툰사이트) 케이스 같이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을 기준으로 구글에 검색어 삭제 요청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레진·카카오(다음웹툰)·네이버 피나는 노력…저작권법 개정해야

웹툰 업계 추산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웹툰 시장은 7240억 원대 규모이상이고, A씨가 운영한 밤토끼로 2400억 원대의 피해를 입었다.국내 웹툰 시장 1차 매출액이 4283억 원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수치다.

웹툰은 국내 콘텐츠 업종 중 작가와의 상생이 가장 잘 정착된 분야다. 인기와 관계 없이 작가들에게 월 최소 240만 원~300만 원을 보장해주는 상생 방안을 만든 회사(레진엔터테인먼트)까지 있다.

이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밤토끼 트위터 중 일부. 빔토끼 운영자 A씨는 2016년 10월경 단속을 피하려고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인천 모처에 오피스텔을 임차해 그 곳에 자체 테스트 서버와 컴퓨터 등을 마련한 뒤 미국에 서버와 도메인을 둔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를 개설했다.
해당 사이트가 인기를 끌자 2017년 6월경부터 사이트 운영과정에서 알게 된 캄보디아에 있는 D씨와 E씨를 동업자로 영입해 웹툰 업로드 및 대포통장 공급을 지시하면서 매월 300만 원과 통장 사용료로 150만 원등을 지급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수익금 문제로 A씨와 D씨·E씨(지명수배)간 다툼이 발생해 동업 관계를 정리했고, 국내에 있는 B씨와 C씨를 종업원으로 영입해 매월 200만 원을 지급하면서 B씨에게는 서버관리 역할을, C씨에게는 웹툰 모니터링 및 업로드를 시켜 검거될 때까지 운영했다.하지만 유료 웹툰 시장이 ‘밤토끼’ 등 해적 사이트로 무너지면서, 업계는 저작권보호에 지난해부터 올인했다.

다음 웹툰(카카오(035720))은 저작권보호TF를 구성해 작년초부터 모니터링을 진행했고 작가 동의를 받아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도 진행했다. 규모가 큰 5개의 불법 사이트를 고소했는데 애니클래스 운영자는 형사처벌을 받았다. 수사 중인 사이트로는 어른아이닷컴, 호두코믹스가 있다. 5월에는 COA(저작권해외진흥협회)에 가입해 불법 사이트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기도 하다.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웹툰 도둑질을 잡기 위해 해외 통신사에 직접 연락해 대형 해적사이트 55개 중 33개를 삭제시켰다.레진 법무팀은 “웹툰도둑질로 자금력을 갖춘 해적사이트들이 저작권보호 사각시대에 있는 국가의 재판매 ISP를 사용하는 추세라 민간기업에서 대응하는데 한계가 크다. 정부차원에서 합법적 해커를 고용해서라도 해적사이트를 공격해주길 바라는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네이버(035420)도 경찰이 불법 웹툰 사이트 ‘먹투맨’ 운영자를 검거하는데 자체 개발한 불법 웹툰 적발 기술인 ‘툰레이더(Toon Radar)’ 시스템을 활용해 수사에 협조했다. 이번에 ‘밤토끼’를 검거한 부산경찰청과 해당 사이트 첫 화면에 경고성 홍보 웹툰을 제작·게시하는 일도 추진 중이다.

경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좋은 일자리인 웹툰 생태계를 지키려면 관련 법 개정이 절실하다는 평가다.

‘저작권법’을 개정해 불법 사이트 제재에 최대 2주 걸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소위가 아니라 한국저작권보호원 등에서 맡아 조속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우리도 일본처럼 신속하게 해적사이트 블로킹을 할 수 있다.

이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포폰과 암호화폐까지 활용한 치밀한 범행

한편 경찰조사결과 A씨는 ‘밤토끼’를 운영하면서 수시로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교체하고, 도박 사이트 운영자와 광고 상담을 할 때는 해외 메신저를 이용했다.

광고료는 비트코인 등 암호 화폐를 통해 지급받는 등 매우 치밀하게 범행했다. 압수 현장에서 5대의 대포폰과 3개의 대포 통장이 발견되기도 했다.

A씨는 독학으로 배운 프로그래밍 기법을 이용해 간단한 조작만으로 타 불법사이트에 업로드돼 있는 웹툰을 가져올 수 있는 자동추출 프로그램을 제작해 범행에 이용하기도 했다.

A씨는 교묘한 수법으로 약 9억50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으며, 대부분 수익금을 유흥비 등으로 소비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무실 압수 수색과정에서 A씨의 차 안에 있던 현금 1억2천만원과 미화 2만달러를 압수하고, 도박사이트 운영자로부터 광고료로 받은 암호화폐인 리플 31만개(취득 당시 시가 4억3000만 원, 현재 시가 2억 3000만 원)를 지급 정지해 범죄수익금을 환수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