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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로또 아파트' 미계약을 어찌할꼬…머리 싸맨 조합·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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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가 시세 대비 저렴해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이른바 ‘로또 아파트’에서 미계약분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가운데, 조합과 건설사들이 미계약 물량 처리를 놓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워낙 관심도가 높은 단지라 당첨자를 다시 가려내는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하반기 중 미계약분에 대해 금융결제원 인터넷 청약시스템 ‘아파트투유(Apt2you)’를 통해 공급할 수 있도록 공급규칙 개정과 시스템 개편에 나서기로 했지만, 일러야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수 있어 그때까지 업계 혼선은 계속될 전망이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예비당첨자 분양을 마친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서울 마포구 염리3구역 재개발)’와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서울 영등포구 상아·현대아파트 재건축)’에 미계약분이 발생했는데, 조합과 건설사들은 공급 방식과 시기에 대해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두 단지 당첨자와 관련해 위장전입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기도 하지만, 일단 공급 방식 자체를 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기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둘 다 청약에서 인기가 많았고 특히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는 올해 서울 최고 경쟁률(평균 80대1, 최고 920대1)을 기록했을 정도인 만큼 미계약분은 각각 10여가구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5일 예비당첨자를 가려낸 뒤 미계약분 10여가구가 남은 ‘과천 위버필드(과천주공 2단지 재건축)’의 미계약 공급 시기도 무기한 미뤄졌다. 원래 조합과 SK건설은 지난달 말 미계약분을 공급하려 했었다. 단지는 과천 거주자만을 대상으로 한 1순위 청약에선 낮은 경쟁률을 보였지만 기타지역에서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평균 17대1로 1순위 마감했다.

단지별로 고작해야 10여가구에 불과한 미계약분 공급에 난항을 겪는 이유는 과열 우려가 커서다. 지금까지 미계약분은 주로 방문 추첨이 일반적이었다. 모델하우스 현장에 수요자들이 선착순으로 모여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그러나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 ‘논현 아이파크’ 등의 선례에서 보듯, 추첨 현장에 떴다방을 비롯해 투자자들이 가득 모이면서 북새통을 이뤘고 불법적인 직거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별도 자격 요건이 없어 유주택자라도 미계약분을 가져갈 수 있었고, 추첨 당일 계약금을 바로 현금으로 치러야 해 자금력 있는 사람들만 이득을 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렇다고 인터넷 청약을 진행하자니 이 역시 문제가 전혀 없다고 볼 수도 없다. 지난해 12월 미계약분(66가구)을 업계 최초로 인터넷 청약으로 공급한 ‘고덕 아르테온’이 그런 사례인데, 건설사가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당첨자를 가렸던 방식이라 공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인터넷 청약을 하려면 별도로 수천만원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것도 업계로선 부담이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소수에 불과한 미계약분 공급을 위해 몇천만원을 추가로 쓴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면서 “미계약분이 나오는 인기 단지들은 대부분 조합이 있는 정비사업 물량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salm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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