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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어라, 그러면 스스로 임금 올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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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지난해 3%대 성장은 한국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꽤 좋은 숫자죠. 하지만 생산인구 감소와 생산성 둔화를 해결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한국이 1990년대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지난 16~17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9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참석차 서울에 온 토마스 번〈사진〉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글로벌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에서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사장을 지냈다. 2015년부터는 뉴욕에 사무실을 둔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을 맡고 있다. 코리아소사이어티는 한·미 간 이해 증진과 문화 교류를 위해 1957년 설립된 민간단체다.

그는 터키·아르헨티나·인도네시아 등으로 번지고 있는 신흥국 위기가 한국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두 가지 강력한 완충 장치'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나는 막대한 외환 보유고입니다. 여기에 재정도 탄탄하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이 외부 충격에 잘 버틸 수 있다는 신뢰를 가지고 있죠. 둘째는 강력한 한·미 동맹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면서 시장 심리를 단번에 바꿨죠." 그는 한·미 통화스와프가 2010년 만료된 이후 연장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당장 필요가 없기 때문일 뿐, 한·미 간에 균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번 회장은 현재의 한국 경제 상황에는 대체로 낙관적인 견해를 밝히면서도 3% 이하로 떨어진 잠재성장률과 최저임금 인상 등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소득 불균형을 낮추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사실 한국은 미국이나 홍콩, 싱가포르 같은 나라에 비하면 소득 불균형이 심한 편이 아닙니다. 또 최저임금을 올리면 작은 기업들이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엊그제 청계천 근처에 있는 맥도날드에 갔는데 주문을 사람이 아니라 키오스크(무인 주문대)가 받더군요." 그는 "일반적으로 정부는 단기적 효과에 집착해 장기적 부작용을 잘 안 보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기업이 자연스럽게 임금을 올려주도록 만드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라고 말했다.

최규민 기자(qm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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