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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구광모, LG 경영 승계 본격화… 당분간은 6인 전문경영인이 뒷받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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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회장의 타계 이후 LG그룹은 구광모(40) LG전자 상무의 경영 승계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LG그룹 고위 관계자는 "LG가(家)는 전통적으로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해왔다"며 "구광모 상무가 ㈜LG의 최대주주·등기이사였던 구 회장의 자리를 이어받아 그룹 경영 전반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구 상무와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 6인의 부회장급 전문경영인이 주요 계열사 경영을 책임지는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구 회장을 대신해 LG 주요 경영 현안을 챙기고 있는 구본준 부회장은 LS그룹이나 LIG그룹처럼 LG그룹에서 독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장자 승계 원칙… 구광모 상무, ㈜LG 최대주주·등기이사로

2003년 지주사 체제를 구축한 LG그룹은 지주사인 ㈜LG만 지배하면 그룹 전체를 경영할 수 있다. 구 상무는 LG가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일찌감치 경영에 참여하고 ㈜LG 지분을 늘려왔다. 현재 구본무(11.28%) 회장, 구본준(7.72%) 부회장에 이은 3대 주주로 6.24%를 보유 중이다. 구 회장의 지분을 1.48% 이상만 상속받아도 최대주주가 된다. 구 회장 지분 전체를 상속받을 경우, 1조원에 가까운 세금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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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구본무 LG 회장의 빈소에서 장남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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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상무는 최근 이사회 결정에 따라 다음 달 말 열리는 주총에서 ㈜LG의 등기이사로 선임된다. 현재 이사회는 구본무 회장·하현회 부회장·김홍기 전무 등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인 7인 체제로, 구 상무가 아버지인 구 회장을 대신하는 것이다. 구 회장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이 이 역할을 승계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LG가의 장자 승계 원칙을 명확히 보여준다. 구본준 부회장 역시 구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 필요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주총이 끝나면 다시 이사회를 열고 구광모 상무의 직급을 논의할 예정이다. 구본무 회장은 아들을 잃고 2004년 동생(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 상무를 양자로 입양했다. 후계 구도를 대비한 결정이었다. 구 상무는 2006년 LG전자 재경부 금융팀에 입사한 뒤 12년간 경영 훈련을 받았다. 구본무 회장, 구본준 부회장이 입사 후 각각 14.2년, 13.2년 후 사장으로 승진한 점을 고려하면, 구 상무의 승진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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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왼쪽부터)하현회 ㈜LG 부회장, 조성진 전자 부회장, 한상범 디스플레이 부회장, (아래 왼쪽부터)박진수 화학 부회장, 차석용 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유플러스 부회장



이에 따라 LG는 구 상무가 그룹의 신사업·투자를 맡고, 6인의 전문경영인이 주요 계열사를 책임지는 체제가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지난해 6명의 60대 부회장급 CEO를 유임시켰는데, 40세인 구광모 상무 체제를 안정적으로 지지해주기 위한 인사였다는 분석이다.

구본준 LG 부회장, 계열 독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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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 LG 부회장은 구본무 회장이 투병을 시작한 지난해부터 사실상 그룹 대표 역할을 대신해왔다. 구 회장이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LG 임원 세미나도 지난해부터는 구 부회장이 주도했다. LG 임원 세미나는 최고경영진과 임원 400명이 집결해 그룹 청사진을 그리는 자리다. 또 계열사 전략보고회의, 신년 업무 보고 등 내부 업무뿐 아니라 대통령 경제사절단 등 외부 행사에서도 LG그룹을 대표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LG가 전통에 따라 계열 분리 등 독립 영역을 개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구인회 LG 창업주의 동생인 구철회 명예회장 자손들은 1999년 LG화재를 만들어 LIG그룹으로 독립했다. 또 여섯 형제 중 넷째인 구태회, 다섯째 구평회, 막내인 구두회 형제는 지난 2003년 계열 분리해 LS그룹을 설립했다.

구본무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던 지난 1995년에도 LG반도체를 이끌던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유통사업을 담당하던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은 그룹 계열사 경영에서 물러났다. 구 회장 동생들인 구본능 회장과 구본식 부회장도 전자 부품을 생산하는 희성그룹을 설립해 LG그룹에서 나왔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몸이 좋지 않았던 구본무 회장이 승계와 관련한 큰 그림을 이미 그리고 그런 부분들을 가족과 최고위 LG 경영진과 공유하지 않았겠느냐"며 "인화를 중시하는 LG의 기업 문화를 볼 때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잡음이 생겨 법정 소송까지 이어졌던 다른 대기업과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신은진 기자;류정 기자(wel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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