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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구본무 별세] 조문·조화 행렬없는 소탈한 빈소...이재용·장하성 조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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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9시52분 숙환으로 별세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빈소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마련됐다. 향년 73세.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고인의 빈소지만, 장례 첫날 분위기는 주요인사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는 통상의 재벌가 빈소와는 사뭇 달랐다. 조화 행렬도, 주요 인사의 연이은 조문도 없었다. 가족 위주의 조문이 이어졌다. 다만, 저녁 이후에는 정·재계 인사들이 빈소를 찾기도 했다.

조선비즈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 빈소. 오른쪽은 구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LG전자 상무 /LG그룹 제공



그룹은 장례를 조용하고 간소하게 치르기를 원했던 고인의 뜻대로 비공개 3일 가족장으로 하기로 했다. 구 회장의 빈소는 서울대학교 장례식장 3층 1호실에 마련됐는데 입구에는 ‘소탈했던 고인의 생전 궤적에 따라 차분하게 고인을 애도하기 위해 외부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조화는 LG임직원 일동, 허창수 GS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구자원 LIG 명예회장,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것 5개 뿐이었다. 구 회장 유족 측은 외부 조화도 받지 않기로 해 홍석조 BGF 회장 등이 보낸 조화는 다시 돌려보내졌다.

구 회장은 대기업 총수로서 승부욕은 강했지만, 매우 소탈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인물로 평가받았다. 주요 행사에 참석하거나 해외 출장 시에도 비서 한 명 정도만 수행하도록 했으며 주말에 경조사에 갈 경우에는 비서 없이 홀로 가는 경우도 많았다. 다른 대기업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구본무 회장의 장남이자 앞으로 LG그룹을 이끌어갈 구광모 LG전자(066570)상무가 부인인 정효정씨와 오후 2시 40분 빈소에 도착했고, 이후 가족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승계가 공식화된 후 구 상무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 상무는 살짝 목례만 하고 곧바로 3층 빈소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곧바로 탔다. 구 상무는 다음 달 29일 9시 임시 주주총회에서 그룹 지주회사인 ㈜LG의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그룹경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전망이다.

구 회장의 첫째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오후 3시30분쯤 빈소에 도착했다. 구본능 회장은 구본무 회장이 한국경제에 기여한 점에 대해 한말씀 부탁한다는 취재진의 말에 "아무것도 묻지마세요"라며 말을 아끼고 곧바로 빈소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는 구본무 회장이 양자로 입양한 구광모 상무의 친아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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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구광모 LG전자 상무,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자용 LS네트웍스 회장,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0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구본무 회장 빈소에 방문했다. /안상희 기자, 조지원 기자



가족 중심으로 조문이 이어졌다.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구자극 엑사이엔씨 회장,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 구자원 LIG그룹 회장, 구본완 LB휴넷 대표,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사장, 구자용 LS네트웍스·E1 회장,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 구자학 아워홈 회장, 구본걸 LF 회장,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구본혁 LS니꼬동제련 부사장 등이 조문을 마쳤다. 구 회장의 여동생 구미정씨의 남편인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도 조문했다.

57년간 동업했던 허씨 가문에서는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 허윤홍 GS건설 전무,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허세홍 GS글로벌 사장이 빈소를 찾았다. 해외 출장 중이던 허창수 GS그룹 회장 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구 회장의 별세 소식에 추도문을 통해 "믿기지 않는 비보에 애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고인은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킨 혁신적인 기업가였다"고 했다. 그는 구 회장의 별세 소식을 접하고 급거 귀국길에 올랐고 조만간 빈소를 찾아 조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장이지만, 한국 경제사에 큰 역할을 해왔던 구 회장 타계 소식에 정·재계 주요 인사 일부는 저녁 시간을 전후로 빈소를 찾았다.

재계 총수 가운데서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부회장이 오후 4시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오후 5시20분쯤,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이 오후 6시48분쯤 장례식장에 왔다. 이 부회장은 10여분간 조문했는데 구 회장과의 인연, 심정을 묻는 말에는 말을 하지 않았다.

LG그룹과 삼성은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1957년 고(故) 구인회 LG 창업주의 3남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차녀 이숙희여사가 결혼해 사돈관계를 맺었다. 구 회장은 이 여사와 결혼 후 호텔신라와 중앙개발삼성그룹(현 에버랜드) 대표로 근무했다. 최근에는 범LG가 구자용 회장의 장녀 구희나씨와 범삼성가 홍석조 보광훼미리마트 회장 장남인 홍정국씨가 결혼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을 대신해서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빈소를 찾았다. 장 실장은 "문 대통령은 '존경받는 재계의 큰 별이 이렇게 갑자기 가셔서 안타깝다'고 말하셨다"며 "다른 재벌과 달리 2003년부터 지주회사 체제를 정립하며 선도적인 역할을 하신 분으로 조금 더 하셨다면 좋은 성과가 있었을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하루 뒤인 오는 21일 북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방미 순방길에 오르는 점을 감안해 장 정책실장을 대신 애도의 뜻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강유식 전 LG경영개발원 부회장, 변규칠 전 LG상사 회장(LG 부회장), 이문호 전 LG 부회장, 이상철 전 LG유플러스 부회장, 남용 전 LG전자 부회장 등 구 회장과 함께 일했던 과거 경영진도 조문 행렬에 합류했다. LG그룹 사장단 등 임직원들은 21일 조문할 예정이다.

이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양승태 전 대법원장,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의원, 신희철 서울대 의대 박사도 빈소를 찾았다. 전 축구 국가대표인 박지성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은 밤 10시 넘어 장례식장을 찾았다. 그는 고인과의 인연을 묻는 말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경제단체들도 "대한민국 경제의 큰 별이 떨어졌다"며 애도를 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구 회장은 회장 취임 후 ‘노사(勞使)’를 넘어 ‘노경(勞經)’이라는 새로운 노사문화를 통해 정도경영을 추구했다"며 "고인의 빈자리가 너무 크기에 그 슬픔을 이루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전경련은 "우리 경제가 재도약해야 할 중대한 시기에 훌륭한 기업인을 잃은 것은 나라의 큰 아픔과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대한상의는 "구 회장은 미래를 위한 도전정신으로 전자·화학·통신 산업을 육성했고, 정도경영을 통해 고객에 신뢰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했다. 한국무역협회는 "구 회장은 LG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확고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애도했다.

유통 업계에서도 애도의 뜻을 전해왔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이날 "신동빈 회장이 계셨다면 대한민국 재계를 대표하는 참된 경영자로 존경하는 분이어서 조문을 갔을 텐데 지금 상황이 그렇지 못해 너무 안타깝다"며 "현재 재계가 국내외 여러 힘든 도전에 직면해 험로가 예상되는 시기에 경륜과 경험이 많은 맏어른의 혜안과 지혜가 절실한데, 너무 애석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도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영면하시기를 기원한다"며 "개인의 삶은 소탈하고 겸손하게 살아오셨지만, 기업 경영에서는 화합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셨다"고 했다.

구 회장은 작년 4월 뇌종양이 발견돼 몇 차례 수술을 받으면서 치료를 받았다. 작년 9월엔 서울 마곡지구에 있는 LG사이언스파크 공사 현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으나 최근 건강이 나빠지면서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작년 하반기부터는 그룹의 전반적인 업무를 동생인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에 맡겨왔다. 구 회장은 1년간 투병을 하는 중에 연명 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평소 뜻에 따라 가족들이 지켜보는 중에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



안상희 기자(hug@chosunbiz.com);조지원 기자(ji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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