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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애널리스트의 마켓뷰]거품 빠지는 은행주, 실적 장세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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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김재우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


연초 고점을 연이어 경신했던 은행주(株)는 최근 두 달간 상승치를 모두 반납했다. 2016년부터 이어진 주가 상승에 따른 부담감,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금리 상승으로 인한 자산 건전성 악화 우려 등 은행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이 2004∼2007년 은행주의 상승 사이클을 복기해 볼 시기이기도 하다. 2007년 상반기(1∼6월) 은행주가 처한 상황이 현재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당시 은행주는 2004년 7월부터 계속된 주가 상승으로 부담감이 커졌다. 노무현 정부의 적극적인 주택가격 안정화 대책으로 은행들의 대출 전망이 악화됐고, 한국은행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은 자산 건전성 악화 우려를 높였다. 은행권 건전성 규제(바젤Ⅱ) 도입을 앞두고 은행들이 2006년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쌓으면서 우려는 최고조로 치솟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주는 2007년 1월부터 7월까지 22%의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은행들은 당시 주택담보대출의 대안으로 중소기업 대출로 눈을 돌렸다. 때마침 글로벌 경기회복과 맞물려 은행들은 양질의 대출을 늘릴 수 있었다. 이를 통해 2007년 상반기 은행들의 대손비용률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자산 대비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8배까지 뛰었다. 이익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올랐다.

지금 상황이 이때와 비슷하다. 지난주부터 발표된 은행들의 올해 1분기(1∼3월) 실적은 고무적이다.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대출을 크게 늘렸다. 가계대출 부문에서도 주택담보대출 성장률이 둔화된 부분을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이 상당 부분 상쇄했다. 주택담보대출보다 대출 금리가 높은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늘면서 순이자마진(NIM)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아울러 대손비용률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같은 실적 개선 추세는 다음 분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1분기 실적이 유가증권 매각이나 대규모 대손충당금 환입 같은 일회성 요인에 따른 반짝 실적이 아니라 은행의 핵심 이익 증가와 대손비용률 하락 등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규제 산업인 은행업은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은행들의 PBR는 현재 0.5배 수준으로 10%를 넘어선 ROE와의 격차는 과도한 것으로 판단된다. 은행들의 실적이 개선되는 과정에서 주가와 펀더멘털 간의 격차는 점차 축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재우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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