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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프랑스 `달타냥 도시`가 신흥 부촌으로 거듭난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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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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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이] 파리시에서 40분 정도 남서쪽으로 차를 타고 이동하면 마치 동화에서 나올 법한 아름다운 마을이 나타난다. 이곳이 바로 '다르타냥의 도시' 플레시스 로방슨이다.

한국으로 따지면 시흥시 정도의 있는 이 마을은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 주인공인 다르타냥이 실존했던 곳이다. 마을 중심부에 있는 시청 청사 앞에는 다르타냥 동상도 세워져 있다.

꽤 유서 깊은 도시이고 건물도 고풍스러운 양식으로 지어져 있지만 사실 대부분 지어진 지 30년이 채 안 된 건물들이다. 마을 곳곳에 흐르는 개울도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모두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

필립 펨젝 플레시스 로방슨 시장(63)은 "현대식 건물은 사람들의 마음을 황폐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며 "일부러 옛날 양식으로 건물을 지었고 저소득층이 주로 사는 임대 아파트도 아름답게 지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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펨젝 시장이 처음으로 시장에 취임한 1989년 당시 플레시스 로방슨은 전체 가구의 73%가 임대주택으로 구성돼 있는 가난한 위성도시였다. 성냥갑처럼 마구잡이로 지어진 베드타운이었기에 주민들은 자기 동네를 부끄럽게 생각했다.

불과 34세의 나이에 시장으로 선출된 펨젝 시장은 곧바로 도시재생을 시작했다. 20년에 걸친 장기 개발계획을 세운 뒤 도심부터 만들었다. 이전에는 임대주택만 줄지어 있을 뿐 마을의 중심이라 부를 만한 지역조차 없었다. 파리의 주거문제가 심각해지자 프랑스 정부가 플레시스 로방슨을 빈민 주거용 베드타운으로 급조한 탓이다.

게다가 기존 임대주택은 프랑스의 임대주택공사 소유였다. 플레시스 로방슨 시청은 도 의회에서 지원되는 도시재생 자금으로 임대주택 용지를 매입했다. 임대주택을 부순 뒤 새로운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해서 민간 건설사에 매각했다. 이 때 발생한 차익은 어린이집이나 학교·도로 등 공공시설을 짓는 데 활용했다. 임대주택 용지를 인수한 민간 건설사들이 마음대로 난개발하지 못하도록 플레시스 로방슨 시청은 꼼꼼하게 짜인 도시계획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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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지어진 건물 1층에는 상업시설, 2층 이상은 아파트가 들어섰다. 프랑스 정부에서는 왜 유행에 뒤떨어진 클래식한 건물을 짓느냐고 제동 걸었지만 펨젝 시장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현대건물이 차갑다고 생각했고 인간다운 따뜻함을 느끼려면 옛날 건물 디자인이 낫다고 판단했다. 과거 유산을 계승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펨젝 시장은 녹지에도 크게 신경 썼다. 도시 곳곳에 물고기가 살 수 있는 인공 개천을 만들었다. 개천에서는 언제든 물닭과 오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새로운 생태계를 만든 것이다. 인공 개천이라고 귀띔해주는 이가 없다면 누구나 자연 하천으로 여길 정도다.

특히 플레시스 로방슨 시는 소셜믹스에 각별히 신경 썼다. 빈민들이 일반주택과 구분되는 임대주택 촌에 살면서 삶의 의욕을 상실한 채 사회에 대한 불만만 높아지지 않도록 일부러 일반주택과 임대주택을 섞어서 지었다. 육안으로 임대주택이 구분되지 않도록 임대주택도 고급스럽게 지었다. 펨젝 시장은 "모든 사람은 아름다운 건축물에 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빈민 주거지역과 일반인 주거지역이 섞여 있어야 빈민들이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플레시스 로방슨 시는 임대주택 거주자들이 나중에 임대주택을 다른 인근 주택보다 35% 싸게 매입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전체 임대주택 거주민의 10%가량이 아파트를 매입했다. 임차인이 소유주가 되는 모범 사례로 꼽혔다.

방치돼 있던 시유지를 개발해서 기업들도 입주시켰다. 베드타운을 직주근접 요건을 갖춘 자족도시로 변화시킨 것이다. 사실 플레시스 로방슨은 기업을 유치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었다. 파리 순환도로에서 15분 거리에 위치하고 오를리 공항에서도 가깝다. T6과 T10 등의 트램이 이미 운행 중이거나 운행 예정이어서 파리 접근성이 뛰어나다.

이에 더해 플레시스 로방슨 시는 기업 관리자급과 일반 직원이 살 수 있는 사택을 마련하고 다양한 문화·스포츠레저 기반 시설을 제공했다. 각종 상업시설과 레스토랑도 입주시켜 기업 활동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했다. 그 결과 플레시스 로방슨 주민의 절반가량은 파리로 출퇴근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플레시스 로방슨 시내에 있는 비즈니스 지역에서 일한다.

플레시스 로방슨의 도시개발은 현재 다른 도시에서 벤치마크할 정도로 성공사례가 됐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펨젝 시장은 직을 1995년, 2001년, 2008년, 2014년 등 총 5번이나 연임했다. 30년 전과 비교했을 때 플레시스 로방슨 시 인구는 2만명에서 3만명으로 50% 증가했다. 파리 집중화 현상으로 인구가 줄고 있는 위성도시가 많지만 플레시스 로방슨은 예외다. 땅값도 ㎡당 2500유로에서 5000~6000유로 수준으로 크게 올랐다. 플레시스 로방슨은 2012년 유럽 공간계획 연구소가 선정한 최고의 도시개발 사례로 선정됐다.

[플레시스 로방슨=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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