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콜럼버스
19일 개봉한 '콜럼버스'는 문을 열고 닫는 법에 대해 말하는 영화다. 한국계 미국인 비디오 에세이스트로 알려진 코고나다(Kogonada)라는 예명의 감독이 만든 장편 데뷔작이다. 1940~50년대 미국 모더니즘 건축사를 빛낸 건물들이 한데 모인 인디애나주 콜럼버스에서 찍었다. 영화 대부분의 대사가 두 남녀의 대화라는 점에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선셋'을, 배경이 또 다른 주인공이 된다는 점에선 일본 감독 오즈 야스지로 작품들을 떠올리게 하지만, 영화는 천천히 화면을 채색하며 다른 길을 걷는다.
비례와 균형이 훌륭하다고 건축물이 완벽해지는 건 아니다. 케이시(왼쪽)와 진(오른쪽)이 서로의 마음을 열 때 건축물도 비로소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Superlative Film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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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은 처음엔 아름드리나무처럼 뿌리 내린 건축물을 바라보며 맴돌기만 한다. 콜럼버스에서 나고 자란 케이시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도서관에서 일한다. 진은 건축학과 교수인 한국인 아버지 아래서 컸지만 그와 연락하지 않고 지낸 지 1년이 넘었다. 서울에서 일하던 그는 아버지가 콜럼버스에 왔다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에 왔다.
카메라는 애써 움직이지 않고 한 곳에 박혀 도시와 건물, 그 사이를 서성대는 이들을 그저 지켜본다. 영화 속도는 주인공 속마음의 보폭과도 비슷하다. 머뭇대고 주저하며 한 발씩만 움직인다. 그래서 영화는 종종 정물화나 사진을 정교하게 이어 붙인 것처럼 보인다. 고인 빗물 같던 영화가 흩뿌리는 소나기처럼 다가오는 건 두 사람이 마음의 빗장을 풀면서부터다. 밤늦게 학교 건물에 들어가거나 통유리창 건물 뒤뜰에서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두 사람은 차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버지의 종교는 모더니즘 건축이었다. 영혼이 깃든 모더니즘 말이다." 진이 툭 하고 내뱉는 말은 영화 주제를 함축한다. 완벽한 균형 감각으로 빚어진 도시의 건축물도 그 순간부터 달리 보인다. 영화 막바지, 케이시는 도시를 떠나고 진은 남지만, 그조차 결말이 아님을 관객은 깨닫게 된다. 영화는 문이 닫혀도 또 열릴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계 미국 배우 존 조의 한국어 연기가 때론 인내심을 요구하지만, 눈부신 몇몇 장면만으로도 참아줄 가치가 있다. 12세 관람가.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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