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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로스쿨도 서열화…사시 닮아가는 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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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로스쿨별 변호사시험 합격률 첫 공개

1회 87% → 7회 49% 감소…7회 시험 ‘SKY’만 70%대

수도권·지방 ‘최대 3배 차’…지방대 정원 감소 피해 우려 ‘자격시험화’ 개선 목소리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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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지금까지 7차례 치러진 변호사시험의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별 합격률을 22일 처음 공개했다.

지난 20일 발표된 제7회 변호사시험의 경우 학교에 따라 20%대부터 70%대까지 합격률의 격차가 컸다. 이번 합격률 공개 결정은 수험생과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지만, 학교 간 지나친 경쟁을 야기해 로스쿨의 변호사시험 학원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합격률 추락…‘변시 낭인’ 증가

이날 법무부가 공개한 ‘제1~7회 변호사시험 법학전문대학원별 합격률’ 자료를 보면, 2012년 처음 시행된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은 해마다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1회 87.15%였던 합격률은 7회 49.35%까지 하락해 올해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변호사시험은 로스쿨 졸업 후 5년 이내에 5번 응시할 수 있다. 불합격자의 재응시 등으로 응시자 수는 계속 불어나는데, 법무부가 매해 합격자 수를 제한하고 있어 합격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로스쿨 간 합격률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올해 치러진 7회 시험의 경우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3개 학교의 합격률은 70%대를 기록했다. 사법시험 시절의 이른바 ‘SKY’ 3강 구도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주대, 성균관대, 중앙대 등 대부분 수도권에 위치한 11개 로스쿨도 50%를 웃돌았다. 반면 전남대, 경북대, 강원대 등 지방대 로스쿨의 합격률은 대부분 50%를 넘지 못했다. 특히 제주대, 전북대, 원광대 등 하위 3개 학교는 합격률이 20%대에 그쳤다.

1~7회 누적 합격률로 보더라도 상대적으로 높은 합격률을 거둔 로스쿨은 대부분 수도권 소재 학교들이었다. 수도권 14개 로스쿨 중 평균 누적 합격률(83.1%)을 넘지 못한 학교는 1곳뿐이었다. 반면 비수도권에 위치한 11개 로스쿨은 영남대를 제외한 10곳이 평균 합격률을 밑돌았다.

■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해야”

법무부는 당초 로스쿨별 합격률을 공개하게 되면 학교 서열화로 인해 경쟁이 과열되고, 다양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로스쿨 제도의 취지에 반할 우려가 있다며 이를 비공개해왔다. 그러나 대한변호사협회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 1·2심에서 잇따라 패소하자 최근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고 정보를 공개했다.

합격률 공개로 로스쿨 서열화가 고착될 경우, 향후 합격률이 낮은 지방의 로스쿨은 정원 미달 등으로 통폐합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등은 지방 로스쿨의 경우 ‘지역균형선발’ 취지 때문에 합격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은 해당 지역 대학 졸업자를 20%(강원·제주는 10%) 이상 뽑도록 하고 있다. 다양한 출신 지역과 사회·경제적 배경의 인재를 양성한다는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를 생각한다면 합격률이 낮다는 이유로 지방 로스쿨이 피해를 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로 구성된 한국법조인협회 이호영 대변인(변호사)은 “변호사시험 합격률 높이기가 학교들의 지상과제가 돼버리면 획일적인 사법시험으로 회귀할 우려가 있다”며 “로스쿨 제도가 사법시험보다 우월한 제도가 되려면 학교별 특성화교육 등이 활성화돼 특색 있는 교육이 가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합격자 숫자를 제한하지 말고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한변호사협회는 신규 변호사 숫자를 더 감축해 줄어들고 있는 변호사 1인당 수임 건수와 사건당 수임료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사협회는 이날 “장기적으로 전국에 난립해 있는 로스쿨을 통폐합해야 한다”며 “입학정원 축소를 통해 불합격자 양산을 막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입장을 내놨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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