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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편집자 레터] 신종 학문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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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한수 Books팀장


아이돌 연구가 본격 학문 영역에 들어온 느낌입니다. 이번 주 '내 책을 말한다' 코너에 소개한 '아이돌을 인문하다' 말고도 아이돌 연구서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BTS 예술혁명'(파레시아)은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전 지구적 규모의 근원적 변혁을 이끌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미학을 전공한 저자는 아이돌과 팬이 함께 만드는 '방탄 현상'을 새로운 예술 형식이라고 말합니다. 발터 벤야민과 질 들뢰즈의 미학을 원용하면서 진지하게 분석합니다. 몇 달 전엔 'BTS를 철학하다'(비밀신서)라는 책도 나왔습니다.

이를 '아이돌로지(Idology)'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아이돌학(學)'이란 뜻으로요. 아, 그런데 인터넷을 검색하니 이미 '아이돌로지'란 웹진이 있네요. 근대 이후 처음으로 한국발(發) 학문인 '아이돌학'을 수출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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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나타나는 우울하고 한심한 현상을 연구하는 신종 학문도 생길 수 있겠습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항공회사 회장 딸의 문제적 행태를 우리 발음 그대로 'gapjil(갑질)'이라 보도했더군요. 부조리한 사회의 심리와 배경을 심도 있게 연구하는 '갑질로지(Gapjilogy)'도 수출 학문 대열에 낄 수 있겠습니다.

또 유력한 학문이 있습니다. 이번엔 '댓글노믹스'라 부를까요? 인터넷 댓글을 조작하는 기술을 부려 공직을 요구하고 권력과 이익을 탐하는 정치·경제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요즘 한국 사회, 과연 연구 대상입니다.



[이한수 Books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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