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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청소년 책] 살려준 독일 병사가 2차 대전을 일으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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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설원의 독수리|마이클 모퍼고 글|마이클 포맨 그림|보탬 옮김|내인생의책|192쪽|1만2000원

오랜만에 묵직한 청소년 소설을 골랐다. 저자는 1982년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소년 앨버트가 애마(愛馬) 조이와 뜨거운 우정을 나누는 소설 '워 호스'를 썼던 영국의 아동문학가 마이클 모퍼고(75)다.

저자는 지금까지 100권 넘는 책을 냈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따뜻한 감동을 전하는 글이 많다. 이 책도 그렇다. 1차 대전 영웅이었던 영국군 병사 헨리 텐디의 삶을 한 줄기 떼어내 뜻밖의 질문을 던진다. 과거에는 옳다고 생각했던 일이 훗날 잘못이었음을 깨닫게 된다면?

주인공 빌리는 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1918년 9월, 한 전투에서 독일 병사를 맞닥뜨린다. 자그마한 체구의 그 사내는 손바닥으로 자신의 까만 머리칼을 이마 위로 쓸어 넘기며 똑바로 서 있었다. 빌리는 그를 총으로 쏘았을까. 소설의 부제인 '히틀러를 쏘지 않은 병사'처럼, 빌리는 독일 병사 히틀러를 쏘지 않는다. 대신 권총을 공중에 쏘며 빨리 집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조선일보

/내인생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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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않은' 일은 때로 잔인한 굴절을 일으킨다. 빌리가 살려 준 히틀러는 20년 뒤 세계 제2차대전을 일으키고,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다. 시간은 만물에 똑같이 주어지지만, 후회와 반성은 인간만 한다. 빌리의 상황이 당신에게 일어난다면 어떻게 했을까. 무채색 수채 물감으로 그린 삽화가 여운을 더한다. 초등 고학년 이상.

[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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