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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김기식만 문제인가… 정치권 안팎 ‘전수조사’ 요구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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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더좋은미래 전수조사해야”… 더미래 “법 개정 추진”

민주 “ 해외출장 전수조사” vs 한국당 “반대”

靑 국민청원 20만명 돌파 ‘눈 앞’… 선관위 정보공개 청구도 ‘폭주’

영향력 큰 전·현 의원들부터 ‘위법 소지’ 검증당할 듯… “이참에 국회 윤리규정 손봐야”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19대 국회의원 시절 ‘더좋은미래’에 정치자금 5000만원을 후원하고, 피감기관의 비용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데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각각 ‘위법’ ‘위법 소지 있음’으로 판단을 내리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김 전 원장은 중앙선관위 판단이 내려진 뒤 사퇴했지만, 불똥이 정치권으로 튀면서 6.13 지방선거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 안철수 “더좋은미래 의원 전수조사하라”…더미래는 선관위에 ‘반발’

17일 국회 안팎에선 ‘전수조사’ 요구가 봇물처럼 터졌나왔다. 먼저는 김 전 원장이 속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 의원들에 대한 정치자금 사용 내역 전수조사 요구다. 선관위가 전날 “종전의 범위를 현저히 초과하는 금액을 납부하는 건 공직선거법 113조 위반”이라고 판단함에 따라,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이 월회비 20만원보다 ‘현저히’ 많은 후원금을 낸 사례가 있는지 여부를 모두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을 겨냥해 “거기 있던 사람들 대부분 정부 핵심으로 일하고 있지 않나. 전수조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더좋은미래에서 활동 중인 민주당 의원들은 강력 반발했다. 유은혜 의원 등은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법 위반 지적은 도저히 수용 못 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을 깊이 있게 검토하는 한편 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비단 ‘더좋은미래’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관위는 더좋은미래가 아닌 ‘의원이 구성원으로 속한 시민단체 혹은 비영리단체’로 적시했기 때문에, 다른 전·현직 의원들이 정치자금으로 종전과 달리 많은 후원금을 낸 공직선거법 위반 사례가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자유한국당 전 의원의 보좌관은 “의원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이사장으로 있던 사단법인에 정치자금 1000만원을 기부하려고 해 말렸다”며 “막판 후원금 털기는 관행처럼 있던 일이고, 그 과정에서 연관 단체 등에 후원금을 몰아주기했던 의원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권 압박에 靑 국민청원까지… 정자법 걸린 해외출장 전수조사도?

더 큰 문제는 의원들의 해외출장 관련 전수조사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피감기관이 비용을 댄 해외출장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자. 전수조사로 이번 기회에 국회가 보다 엄격한 새 기준을 세워야 한다”며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에 야당도 즉각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역시 정세균 국회의장을 향해 피감기관 비용으로 해외출장을 간 사례를 전수조사해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은 앞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김 전 원장에 ‘황제외유’라며 십자포화를 퍼붓고 검찰에도 고발한 사안이다. 이번에 선관위에서도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수수 해당 소지가 있다”면서 출장 목적, 업무 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따져야 한다는 의견을 낸 만큼, 아예 전수조사로 여야 의원들의 잘잘못을 모두 따져보자는 게 여권 주장이다.

그러나 이미 앞서 청와대에서 민주당 도움으로 19,20대 의원의 피감기관 16곳 지원의 해외출장 사례를 살펴본 결과 자유한국당 94차례, 민주당 65차례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어 전수조사시엔 한국당 의원들 타격이 더 클 것이란 관측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과 친여 성향 정의당의 전수조사 요구는 한국당을 향한 역공에 다름 아니다.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는 6개월이지만,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한 공소시효는 7년으로 정자법 위반으로 결정나면 정치인들의 정치생명이 위험해진다.

한국당에선 김성태 원내대표가 이날도 “(전수조사로) 논점이 흐려지면 안된다”며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강도높은 국민적 압박에 직면한 형국이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게시판엔 여야 국회의원의 해외출장 전수조사를 촉구하는 청원이 하루사이 계속해서 올라왔고, 청원 참여자는 17일 오후 5시 현재 15만명을 훌쩍 넘어 청와대 답변기준인 20만명에 다가섰다.

선관위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도 폭주하고 있다. 여야 전·현직 지도부, 6.13 지방선거에 나선 전·현직 의원 등에 대한 정치자금 내역 등에 관한 공개 청구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 관계자는 “언론사, 시민단체 등에서 최근 정보공개 청구가 엄청나다”며 “열흘 내 답변을 드려야 하지만, 양이 방대해 한꺼번에 정리해서 공개결정토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선관위 자료가 공개된다면, 파괴력이 큰 전·현직 의원들부터 조준한 ‘위법 단서 찾기’ 작업이 이뤄지고 문제제기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일각에선 아예 피감기관 돈으로 가는 해외출장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이번에 조사를 해서 피감기관 돈 받고 가는 경우는 아예 금지를 시킨다든지 특단의 대책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미국 의회는 400페이지 넘는 윤리강령에서 의원들이 할 수 없는 일들을 규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달랑 몇 페이지뿐”이라며 “미국 의회에선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로, 이번 기회에 우리 국회 윤리규정을 촘촘하게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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