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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금감원장 2명 잇단 낙마…후임인선 난항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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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식 18일만에 낙마 ◆

큰 기대를 걸고 출범했던 '김기식호 금융감독원'이 불과 2주 만에 침몰했다. 김 원장은 지지부진한 금융 개혁을 완수해줄 적임자란 기대를 받았지만 개인적인 도덕성 논란에 휘말리며 최단명 금융감독원장이라는 불명예의 주인공이 됐다. 게다가 전임 최흥식 금감원장이 취임 6개월 만에 사임한 지 두 달이 채 안 된 상황이다. 청와대로서는 차기 금감원장 인선에 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16일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장 2명이 잇따라 낙마하면서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던 금융 개혁의 동력이 뚝 떨어지고 말았다"며 "새로운 원장이 취임해 다시 개혁을 추진해도 원래 기대했던 성과는 거두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원장 사임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들은 대체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김 원장의 과거 행적을 보니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며 따라서 이제라도 물러나는 게 맞는다고 본다"며 "다만 그의 능력이나 신념 등은 조명받을 기회조차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도 "김 원장과는 의원 시절 국정감사장에서 종종 부딪친 적이 있어 마주치기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라며 "금융감독은 이것저것 따져보고 살펴봐야 할 것이 많은 섬세한 작업인데 김 원장이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둘 것인지 등 그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큰 충격에 휩싸였다. 한 금감원 직원은 "두 명의 원장이 연속으로 낙마한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가뜩이나 현안이 많은데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금감원은 금융권 채용 비리 척결, 삼성증권 유령 주식 사태, 가계부채 관리감독, 금융 약자 보호 등의 굵직한 이슈를 처리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내부가 혼란스럽다 보니 업무 추진에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연이은 금감원장들의 불명예 퇴진으로 금감원 위신도 땅에 떨어졌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조사를 하건 지시를 하건 권위가 있어야 금융회사들이 인정하고 따르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 누가 금감원을 믿고 따르겠느냐"며 "금감원의 명예를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탄식했다.

차기 금감원장 후보 인선 작업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란 예상이 많다. 높아진 국민의 도덕적 기준을 맞추면서도 정권과 금융 개혁에 대한 철학을 공유할 수 있고 실무능력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차기 금감원장이 갖춰야 할 최고 덕목은 '능력'이 아닌 '도덕성'이 됐다"며 "여기에 실력까지 갖춘 인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감원장 후보를 사전에 검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과거 금융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하던 시절 감독 업무가 가장 효율적이었다"며 "청문회 등 더 엄격하게 도덕성과 청렴성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차기 금감원장 후보로는 관료 출신이 유력하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많다. 검증이 가장 간단하기 때문이다. 경제관료 가운데서는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의 이름이 먼저 오르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 출신으로는 윤석헌 서울대 교수, 전성인 홍익대 교수 등도 거론되고 있다.

[김동은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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