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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당신의 생일을 페이스북이 축하하면서 벌어졌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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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페이스북 /사진=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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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185] 월간 사용자 20억명 이상. 지난해 6월 말 무렵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CEO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사실이다. 전 세계 인구 75억명의 4분의 1이 넘게 사용하는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은 관련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루 평균 페이스북에서 8억 명 넘는 사람이 '좋아요'를 누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글렌 플레시맨(Glenn Fleishman) 기술 전문 기자는 최근 경영 전문 매거진 'fastcompany'에 자신이 페이스북에서 진행한 한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1990년대 중반부터 이코노미스트, 뉴욕타임스 등 세계 유명 미디어와 함께 출판 작업에 참여해 왔다. 최근에는 'London Kerning'의 저자로서 런던의 활자 인쇄 역사와 관련한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는 이달 초 기고문을 통해 올해부터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생일 알림 기능을 모두 중단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러한 행동은 그가 생일을 맞을 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미 많은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자신의 '페친'들의 생일 정보를 푸시알림으로 전달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생일을 맞은 사람과 그의 친구들은 효율적인 대량 축하를 위해 특별히 설계된 인터페이스를 통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

플레시맨 역시 지난 수년간 이 같은 페이스북의 인터페이스에 맞춰 살아 왔다. 그러나 올해부터 그가 페이스북 생일 알림을 해제시키자 과거 소셜 미디어 세계에서 '마당발'로 알려진 네트워크화된 인물들의 축하 인사를 단 한번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는 자신의 생일에 관한 정보는 상대적으로 프라이버시의 영역에 속한 것이었고, 해당 정보를 공유할 것인지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다. 일부는 가족이나 소수의 친구와 생일을 축하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

페이스북 출신 애덤 댄겔로(Adam D'angelo)가 2010년에 설립한 웹사이트 쿠오라(Quora)의 한 게시글은 "생일은 개인적인 것이고 난 생일 축하는 나에 관한 것이기 보다 나를 낳고 기른 부모님을 향한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1995년 미국 연방법원은 1990년 한 웨이트리스(당시 68세)가 나이로 인해 해고당한 것을 근거로 원고로 참여한 소송에서 '생일카드에 그의 나이를 포함시킨 것은 사생활 침해'라는 주장에 대해 "법원은 이 경우 원고의 나이가 해고 여부를 결정할 친밀한 또는 개인적인 사실이 아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2015년 텍사스 대법원의 경우 주 공무원이나 직원이 아닌 일반 대중의 생일을 포함하는 주정부의 정보공개법에 따른 요청의 경우 '시민들은 생년월일에 관한 개인정보 보호에 관심을 갖고 있어 합리적인 사람에게 매우 불쾌감을 줄 수 있다'고 판시했다.

플레시맨은 언제나 편리하게 타인의 생년월일을 알 수 있는 현재의 편리성에 대해 재고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퓨(Pew) 리서치 센터가 2013년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10대 응답자의 80%가 자신의 소셜 미디어 프로필에 생년월일을 게시하고, 이로 인해 표면적으로 자신이 손해를 받을 일에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플레시맨 역시도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페친'을 추가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수년 전부터 간신히 알게 되거나 만났던 많은 이와도 친구가 돼버렸다고 말한다. 이는 결국 생일의 평가절하로 이어졌다고 그는 경고한다.

페이스북 생일알림을 '나만 공개'로 바꾼 결과 변화는 놀라웠다. 플레시맨은 그리 친하지도 않은 수많은 소셜 미디어의 '페친'에게서 받은 축하 대신 부모와 삼촌과 숙모, 소수의 '베스트 프렌드', 현재 일하는 팀의 동료의 축하를 받을 수 있었다. 심지어 그의 지인 중 한 명은 그가 생일이라는 소식을 듣자 "뭐? 페이스북이 나한테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건 사실이 아니어야 해"라고 말할 정도로 페이스북은 우리 모두의 생일을 평가절하하고 '흔하고 클릭이나 댓글로 축하하면 될 일'로 만들어 버렸다.

플레시맨은 앞으로도 회사의 이익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생일 축하를 하게 하는 페이스북에서 인위적 성격을 덜어내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앞으로도 자신의 생년월일을 비공개로 유지할 생각이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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